[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최고상에 빛나는 영화 ‘택시’가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 관객들과 먼저 만난다.

21일 영화 수입·배급사 씨네룩스는 ‘택시’의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및 11월 개봉 소식을 전하며 메인 포스터를 공개했다.

‘택시’는 반체제 인사로 분류되어 20년간 영화 제작이 금지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테헤란 시내에서 직접 노란색 택시를 몰고 다니며 승객들과 함께한 일상을 촬영한 로드-멘터리. 공개된 메인 포스터는 택시 드라이버로 변신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과 요금 계기판 티슈박스에 감춰둔 카메라를 통해 차례로 만나게 될 다양한 성별, 연령, 직업을 가진 승객들의 모습이 일러스트로 담겨 눈길을 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이란의 우디앨런’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은 자파르 파나히 스타일의 위트에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올리브 나무 사이로’ 조연출이었던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1995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함께 시나리오를 작업한 첫 장편 ‘하얀 풍선’이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돼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1997년 ‘거울’로 로카르노 영화제 황금표범상을, 2000년 ‘써클’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명감독으로 인정받았다. 2003년에는 ‘붉은 황금’으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대상과 시카고국제영화제 골든휴고상을 수상했다. 2006년에는 ‘오프사이드’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하며 이란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부정 선거로 당선된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 퇴진 시위를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서 체포돼 칸영화제 심사위원에 위촉되었음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당시 칸영화제 기간 동안 그의 의자는 빈자리로 남아 있어 전 세계 영화인들의 응원과 지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이후 그는 20년 간의 영화 연출과 시나리오 집필 금지, 해외 출국 금지, 언론과의 인터뷰 금지라는 중형을 받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파나히 감독은 2011년, 모지타바 미르타마숩 감독과 공동 연출한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를 발표해 그 해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돼 황금마차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어 2013년에는 캄보지아 파르토비 감독과 함께 ‘닫힌 커튼’을 연출했고, 이 작품 역시 그 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하며 멈출 수 없는 창작 열정과 재능을 입증해 보였다.

‘택시’는 그가 2010년 이후 외부 공간에서 단독으로 연출한 첫 작품이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돼 비평가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황금곰상을 거머쥐었다. 영화제 심사위원장이었던 ‘블랙스완’의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예술혼을 잃지 않고 분노와 좌절감에 휩싸이지도 않은 채 영화에 보내는 러브레터를 만들어냈다. ‘택시’는 그의 예술, 공동체, 조국, 관객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하다”는 극찬을 보냈다. 출국 금지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 대신 영화에 등장하는 어린 조카 하나 사에이디가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전 세계인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택시’는 다음달 1일 개막하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영화의 창’ 섹션에 초청돼 국내 관객들과 첫 만남을 가진다. 5일과 7일, 9일 상영이 예정돼 있다. 이후 11월 극장에서 정식 개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