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딸의 환경이 달라지자 연예인 아빠와 20대 일반인 자녀의 일상을 관찰한다던 예능의 성격도 달라졌다.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 중인 배우 조재현과 딸 조혜정의 일상은 이젠 연예인 부녀의 집을 찾은 ‘연예가 중계’를 방불케 한다.
SBS ‘일요일이 좋다-아빠를 부탁해’는 프로그램 출발 당시 50대 연예인 아빠와 20대 일반인 딸의 서먹서먹한 일상을 관찰하는 부녀 관계 회복 프로젝트로 안방에 안착했다.
아빠의 직업은 배우이고 방송인이었으나 여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장의 모습이었다. 다 큰 딸과는 소통하지 못해 쩔쩔매기 일쑤였고, 도리어 딸의 마음 같지 않게 다가서는 아빠의 모습은 부담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 안에서 나오는 공감대 형성이 큰 예능이었다. 비록 출연 중인 연예인 아빠 네 사람의 딸 중 두 명은 연극영화과 재학 중인 학생이고, 한 명은 연기자 지망생일지라도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초반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3일 방송된 ‘아빠를 부탁해’에서 조재현 부녀의 이야기는 완전히 연예인 가족의 일상으로 넘어갔다.
지난 긴 시간 프로그램에 임하는 동안 이 가족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딸 조혜정은 프로그램 초반엔 드라마 한 편(OCN ‘신의 퀴즈’)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무명 연기자였다. 오디션을 전전하고 극단에서 일을 하고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아빠의 도움 없이 자기 힘으로 연기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평범한 20대 미생으로 그려졌다.
가장 큰 변화는 조혜정이 이 프로그램 출연한 이후 한 케이블 드라마에 주연급 역할로 캐스팅됐다는 데에 있다. 드라마 ‘처음이라서’의 캐스팅 기사 관련 댓글엔 때문에 적지않은 악플이 달렸다. 아빠와 함께 출연한 TV 프로그램으로 연기자 지망생에서 주연급 연기자로 발돋움하니 ‘부모가 최고의 스펙’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또래 연기자 지망생들의 상실감은 적지 않았다. 조혜정은 이에 자신의 SNS를 통해 “정정당당히 오디션 3차까지 보고 역할을 하나 맡게 됐다. 이게 그렇게 잘못된 거냐”는 글까지 남겼다.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이정효 PD도 이 같은 논란에 자신의 SNS를 통해 해명을 곁들였다.“혜정이는 당당히 오디션으로 붙은게 맞다. 김지연 피디(CJ 제작PD)가 ‘아빠를 부탁해’에 나오는 혜정 양의 실제 모습을 나에게 추천해줬고, 그런 혜정이의 모습을 조금 다듬어 정현정 작가의 ‘오가린’을 덧입힌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이 PD의 설명을 요약하면 결국 ‘아빠를 부탁해’에 나온 모습을 보고 캐스팅했다는 이야기다. 프로그램 출발 당시 ‘연예인 딸 데뷔 프로젝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실현된 모양새다.
그 과정을 지난 현재 ‘아빠를 부탁해’에 담기는 조재현 부녀의 일상은 다소 불편해졌다. 13일 방송분에서도 조재현 부녀는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놀이공원을 가고 짜장면을 먹고 또 조재현의 과거 드라마 촬영현장을 찾았다. SBS 드라마 ‘피아노’의 촬영현장이다.
이제는 같은 길을 걷게 된 딸과 함께하는 이 시간은 부녀 모두에게 특별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빠의 과거 연기를 돌아보고, 딸이 나아갈 길을 듣고, 그 길에서 아빠로서 또 같은 일을 하는 선배로서 조언을 건네는 모습은 이제는 어색함 없이 자리 잡은 부녀의 모습이었다.
다만 프로그램에선 신인 연기자 조혜정의 드라마 현장을 필요 이상으로 밀착한다. 단지 조혜정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뿐 아니라, 그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처음이라서’ 촬영 현장을 편집을 통해 ‘아빠를 부탁해’ 영상에 입혀넣었다. “먹는 신이 많다”는 이야기엔 조혜정이 드라마 촬영에서 빵을 먹고 있는 장면을 연결해보여주고,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조혜정의 이야기에 현재 드라마 촬영현장의 모습을 담아 보여준다.
딸 조혜정의 달라진 삶을 보여주는 과정이었다. 딸이 처한 환경이 달라졌으니, 프로그램의 주인공들의 일상도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 그 과정을 보여주는 것 역시 ‘아빠를 부탁해’의 제작진으로서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제작진은 결국 3가지 실수를 했다. 프로그램은 무명의 신인연기자가 인지도를 높이는 발판이 됐으며, 그것을 통해 배우로 발돋움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으며, 캐스팅 이후엔 적극적으로 출연자의 드라마를 홍보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 드라마(처음이라서)는 10월에 시작이지만, 매주 일요일 오후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얻는 ‘조혜정 프리미엄’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빠를 부탁해’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조혜정이라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 프로그램은 조혜정에게 외롭게 지냈던 어린시절의 보상이었으며, 사회인으로 당당히 서게 해준 발판으로서의 역할을 했다.
이 모든 것이 TV를 통해, 특정 프로그램 안에서 빚어진 일이다. “대학에서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기준으로 1만명에 달한다”(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국장)는 연기자 지망생의 세계에선 조혜정이 걸어가는 길이, 그가 치열하게 최선을 다해왔다는 매 순간과는 무관하게 상실감을 안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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