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요리, 미용, 패션 등 전통적으로 여성들이 하던 직종에는 모두 남성들이 들어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 유독 간호사만 여전히 금남(禁男)의 영역인 것 같아요.”

이 땅에 남자도 간호사란 직업을 갖기 시작한 지 올해로 벌써 5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간호(看護)란 말 자체가 ‘지키고 돕는다’는 뜻을 갖고 있는 것처럼 이를 위해 점차 남성 인력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취업난 속 안정적 일자리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과거에 비해 관심과 인기가 높아진게 사실이다.

대한간호사협회와 종로학원하늘교육 등에 따르면 남자 간호사 1000명 시대가 열린 것은 지난 2005년이다. 현재는 전국에 8700여명 정도의 남자 간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10배 정도로 규모가 늘었다.

올해 남자 간호사 합격자 수는 1300명을 돌파했다. 전체 합격자의 8.7%(1366명)에 해당되는 기록으로, 2001년 합격자수(46명)에 비하면 15년 사이 30배나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남자 간호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건 아니다.

아직 간호사란 직업에 대해 성 편향적으로 접근하는 잔존 문화가 있고, 이에 도전하는 남성에게 사내답지 못하다는 평가를 던지는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신촌 세브란스의 이기열(39) 간호사는 병원 경력 11년차다.

소아정형외과에서 전문간호사로서 수술실과 병동을 오가며 맹활약하고 있는 그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간호사란 직업에 뛰어들었다.

공고를 졸업하고 수리기사로 일하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쫓겨나다시피 회사를 나와 새로운 길을 개척해보겠단 심정으로 간호대 입학을 결심했다.

하지만 남자 간호사 생활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여전히 삐딱한 사회 인식, 남성 의사들과의 관계 문제, 여성 간호사들의 텃새 아닌 텃새, 익숙지 않은 간호업무 등이 풀기 힘든 숙제처럼 다가왔다.

이 간호사는 남자 간호사 지망생들에게 “간호사 생활을 시작한 뒤 처음 5년 동안엔 속주머니에 항상 사직서를 넣고 다녔다”며 “100% 취업이 된다고 무조건 올게 아니라 간호업무에 대한 직업윤리를 마음에 품고 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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