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최근 행정구역 명칭을 보다 ‘눈에 띄는’ 이름으로 바꿔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지자체의 움직임이 늘고 있다.

6일 경기 여주시에 따르면 최근 능서면 주민 2000여명은 지명을 세종대왕면으로 바꿔달라는 건의서를 시에 제출했다. 세종대왕 영릉(英陵)이 위치한 점을 근거로 지역의 새로운 콘텐츠 창출을 위해 지명 변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하지만, 일부 생각이 다른 주민들은 “세종대왕이 최소 행정기관 단위인 면을 대표하는 인물로 폄하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자 여주시는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선 상태다.

여주시 관계자는 “명칭 변경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아도 조례규칙 심의위원회와 조례 개정 등 행정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지명 변경에 나서는 지자체가 늘어나면서 이 과정에서 주민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거나 인접한 지자체 간 마찰도 생기고 있다.

지난 2012년 경남 함양군은 마천면을 지리산면으로, 경북 영주시는 단산면을 소백산면으로 각각 명칭을 변경하려 했지만, 경남 산청군과 충북 단양군의 항의로 사실상 무산됐다.

하지만, 대부분 지자체는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지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경북 울진군 서면과 원남면의 명칭이 각각 금강송면과 매화면으로 바뀌었다. 서면과 원남면의 유명 관광지인 금강송 군락지와 매화나무 단지가 아예 지명이 된 것.

설문에 응한 서면 주민(96%), 원남면 주민(72%) 또한 이름을 바꾸는 데 찬성했다. ‘지명이 갖는 역사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이내 묻혀버리고 말았다. 같은 달 경북 고령군도 고령읍의 이름을 대가야읍으로 변경했다. 고령읍 일대는1600여년 전 대가야의 도읍이다. 고령군은 이런 대가야의 역사성을 브랜드화해 관광산업 등 지역 발전을 꾀하기로 했다. 의견조사에 참여한 주민들 역시 고령읍에서 대가야읍으로 이름을 바꾸는 데에 동의(83.1%)했다.

부정적인 뜻으로 인식되거나 외부인에게 생소한 지명도 최근 잇따라 변경됐다.

앞서 지난 2월 충북 충주시 가금면은 중앙탑면으로 이름을 바꿨다. 가금면은 일제의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가흥면과 금천면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현재까지 계속 이 지역명이 사용됐지만, 날짐승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명칭 변경 요구가 꾸준히 제기됐다. 결국, 충주 가금면은 이 지역의 국보 6호 중앙탑의 이름을 따 지명을 변경하기로 하고, 여론조사 결과 주민 찬성(87.9%)을 받아 명칭을 바꿨다.

비슷한 시기 부산 강서구는 천가동을 가덕도동으로 지명을 변경했다.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로 잘 알려진 가덕도는 대구와 숭어 등 해산물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생태환경이 잘 보존된 부산의 자랑이다. 가덕도가 속해 있던 천가동은 외부인에게 다소 생소한 이름인 데다 주민들 다수가 명칭 변경에 찬성(90%)해 지명이 변경됐다.

더욱이 섬 이름을 지명으로 쓰면 인지도 또한 높일 수 있다는 게 부산 강서구의설명이다. 이미 2009년 포항 대보면은 해맞이로 유명한 호미곶을 전국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호미곶면으로 이름을 바꿨고, 강원 영월군은 한반도 모양을 닮은 선암마을이 있는 서면을 한반도면으로, 김삿갓의 고장 하동면을 김삿갓면으로 각각 명칭을 변경한바 있다.

지명 변경을 한 지자체들은 저마다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면 관광객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