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해고지침·취업규칙 변경 등…정부-노동계 입장차만 재확인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공론화 장(場)인 노사정위원회의 활동 재개 여부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실적이좋지 못한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 요건 완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 두 가지 쟁점을 두고 정부와 노동계가 입장차를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이들 쟁점을 노사정 의제에서 제외하지 않으면 대화에 복귀할 수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반면 정부는 17일 노사정간 의제를 정하는 문제는 노동계가 우선 노사정위에 복귀한 후 논의한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두 가지 의제를 중장기 과제로 돌려 원론적인 수준으로 논의한다는 정부의 중재안 마련도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노사정위에 복귀한 김대환 위원장도 이들 의제에 대한 중재안은 노사정 동의가 있을 때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와 노동계가 두 가지 쟁점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노사정위 재가동 여부는 오리무중이다. 우선 저성과자 해고 요건 완화를 두고 정부는 저성과자나 근무불량자를 해고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저성과자 등을 대상으로 쉬운 해고가 가능해져 고용이 불안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에 대해 “노동계 주장처럼 ‘쉬운 해고’인지, 정부 주장처럼 불투명성을 없애 임금체계를 합리화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인지 노사정위에 복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근로자 동의를 받도록 한 취업규칙 변경도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근로자 동의 없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취업규칙은 채용, 인사, 해고 등과 관련된 사규를 말한다. 취업규칙 변경 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여겨지면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대표의 동의를 얻도록 돼 있다. 노동계는 임금이 삭감되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근로자에게 불이익이라고 보고 있어 이와 관련된 취업규칙 변경은 반드시 노조의 동의가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이 장관은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은 노동시장 내 공정성 확보와 직결된 문제”라며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 제도를 명확하게 하자는 취지인 만큼 노사정 논의를 통해 공감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쟁점을 배제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을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두 가지 쟁점만 크게 부각돼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와 노동계 모두 세부적인 현안에 매몰되지 말고 노동개혁이란 큰 틀에서 합의점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한국노총은 18일 중앙집행위원회(중집)을 열어 노사정 대화 복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지만 내부 반발이 거세 성사 여부는불투명하다. 이와 관련, 정부가 쟁점 사안에 대해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하는 등 다소 유연성을 보인만큼 노동계도 이에 부합해 일단 대화재개에는 응하는 것이 순리라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원승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