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모바일섹션] 롯데 일가에서 벌어진 집안 싸움과 같이 재벌기업에서 되풀이되는 ‘오너 리스크’가 결국 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한국의 자본 시장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너 리스크’에 멍드는 한국 증시=최근 불거진 형제간의 낯뜨거운 싸움으로 롯데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다.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반(反) 롯데’ 정서가 퍼지고 있다. 대주주의 독단적인 의사 결정이나 대주주 관련 사건이 기업에 손해를 미치는 ‘오너 리스크’의 전형적인 사례다.
‘오너 리스크’는 국내 증시에서 고질적인 불안 요인이 된 지 오래다. 최근에만 해도 한진그룹이 지난해 12월 발생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흔들렸다. 당시 유가 하락이라는 호재에 항공주가 급등하던 시기였지만 대한항공은 그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한전부지 고가매입 논란과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시도 등으로 주가가 곤두박질 쳤다. 삼성그룹은 최근 경영권 승계에 영향을 주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건으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전쟁을 치렀다. 합병은 성공했지만 양사 주가는급락하고 있다.
롯데그룹주들도 최근 주가가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다툼이 알려진 직후에는 경영권을 둘러싼 지분 확보 경쟁 가능성에 주가가 급등세틀 탔지만 이내 하락세로 돌아섰다. 롯데는 지난 1월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일본 내 롯데그룹 자회사 임원직에서 해임된 사실이 알려졌을 당시에도 주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근본원인은 오너리스크=‘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인으로 과거에는 북한과의 대치 등 지정학적 요인이 꼽혔지만 최근에는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와 낮은 배당수익률 등이 부각되고 있다. 오너리스크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유도와 사회적 분위기가 더해지며 주주친화 정책이 강화되고는 있지만, 이번 롯데 사태는 여전히 후진적인 현실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최근 코스피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언론과 투자자들의 시선도 따갑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 족벌 기업의 승계 분쟁이 한국에서 특히 빈번하고 해로운 형태로 나타났다며 롯데가의 이번 경영권 분쟁 내용을 소개했다. 포브스도 지난 3일 한국인들이 재벌가의 경영권 다툼에 익숙하며 이것만큼 관심을 사로잡는 것도 없다면서 이번 롯데가의 사례를 전했다.
앞서 SK와 한화그룹 등 재벌 총수들이 재판을 받던 지난 2012년 이코노미스트는한국 재벌의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와 세금 탈루 등이 주주 이익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 증시가 저평가돼 있는 근본 원인이 북한의 위협보다는 한국 대기업의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지적도 했다.
송민경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상식에서 벗어난 재벌 문제가 기업은 물론 시장과 감독 당국에 대한 불신까지 초래한다”며 “이는 증시 발전을 가로막는 핵심적인 요소로, 자본시장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시장 위기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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