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남주ㆍ원승일 기자] 당정청이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속도를 높이겠다고 천명하고 나섰지만 노사정위원회 대화 재개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가 노동계의 노사정 대화 복귀를 촉구하고 있지만, 노동계는 저성과자 해고 요건 완화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 두 가지 쟁점을 노사정 의제에서 제외하지 않으면 대화에 복귀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 차원에서 이들 쟁점을 배제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선 저성과자 해고 요건 완화를 두고 정부는 저성과자나 근무불량자를 해고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자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저성과자 등을 대상으로 쉬운 해고가 가능해져 고용이 불안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노동계 주장처럼 ‘쉬운 해고’인지, 정부 주장처럼 불투명성을 없애 임금체계를 합리화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인지 노사정위에 복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근로자 동의를 받도록 한 취업규칙 변경도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노동계는 근로자 동의 없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 장관은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은 노동시장 내 공정성 확보와 직결된 문제”라며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 제도를 명확하게 하자는 취지인 만큼 노사정 논의를 통해 공감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쟁점을 배제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을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그는 또 “비정규직,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5대 입법은 국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논의를 무한정 연장할 수는 없다”며 “노사정 대타협으로 연말까지 노동개혁 핵심 사안의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한국노총이 조속히 노사정위에 복귀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미 노사간에 의견이 접근된 사항들이 많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의견차를 좁히고 조금씩 양보해 국민이 기대하는 대타협을 이뤄 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한국노총은 두 가지 쟁점을 노사정 논의에서 배제하지 않는 한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다면 노사정 대화 거부는 물론 대규모 집회 등 장외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오는 22일 서울광장에서 산하 조합원 3만여명이 참가하는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를 위한 전국노동자대회’도 계획대로 추진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동개혁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마저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한노총은 18년만에 총파업을 결의한 바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4월 노사정 대화 결렬의 원인이 일반해고 지침, 취업규칙 변경 등이었는데 이를 계속 논의한다면 노사정 대화가 가능하겠느냐”며 “정부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투쟁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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