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대법원이 올해 처음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경력법관을 임용해 8개월의 장기 연수에 들어간 가운데, 해당 교육에 차출된 판사들이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주변을 안타깝게 했던 30대 현직 판사도 이와 관련한 과로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것으로 드러나, 로스쿨 출신 경력법관 임용제도에 대한 비판에 불을 댕길 것으로 보인다.
24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이달 초 자택에서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가 돌연사한 서울남부지법 A(37ㆍ여) 판사는 작년 12월부터 로스쿨 출신 신임 경력법관 교육 태스크포스(TF)에서 일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A 판사는 남부지법에서 협의이혼 개선 TF 팀장을 맡았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로사’라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사망 3주 전 안면마비 증세가 나타났지만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을 정도로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았다는 것.
하지만 법조계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A 판사는 협의이혼 개선 TF보다는 지난 8개월 간 이어진 로스쿨 신임법관 교육 TF 관련 일로 업무와 스트레스가 누적됐다고 한다.
판결문 작성 등 재판 실무부터 법관 윤리 과목까지 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하느라 밤을 새는 날이 부지기수였다는 것이다. 지난달부터는 사법연수원에 직접 출강했으며, 사망 직전에는 강의 준비로 3일 밤을 꼬박 샜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으로 법원 일각에선 충분히 경력을 쌓지 못한 로스쿨 출신 법조인을 무리하게 법관으로 임용하느라 애꿎은 현직 판사들이 희생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법조경력자를 법관으로 임용한다는 ‘법조일원화’라는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임용된 사법연수원 출신 경력법관의 경우 2~3주의 단기 연수 뒤 곧바로 배치한다는 점에서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도저히 경력법관으로 쓸 수 없는 로스쿨 출신을 뽑아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판사들 사이에서 얘기가 많이 되고 있다”면서 “전국 로스쿨에 판사들이 실무교육을 출강나가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 지난달부터 내년 2월까지 8개월 동안 사법연수원에서 이뤄지는 로스쿨 경력법관 장기연수에 강의를 나가는 판사들은 기존 재판 업무와 병행하느라 상당한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A 판사도 형사 단독 재판을 처리하면서 로스쿨 법관 교육 TF 일을 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로스쿨 출신 법관의 실무 실력이 부족해 추가 교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은 지난달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종전 (사법)연수원 때와 달리 로스쿨 출신 법관들은 학교 수업과정에서 실무에 관해 충분히 교육이 돼있지 않다”면서 “(사법연수원)교육 요원들이 배치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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