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간통죄가 폐지된 지 넉달이 지난, 올해 6월 대구가정법원은 직장 동료와 내연관계에 빠진 A(41)씨에게 혼인파탄의 책임을 물어 위자료 3000만원을 부인 B(38)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A씨는 2013년 9월 사내 동아리 활동을 하며 만난 후배 직원과 친분을 이어가던중 2014년 4월부터 내연관계로 발전했고 올해 초까지 수차례 성관계를 갖는 등 불륜을 저질렀다.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 이후 위자료 액수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대한 분노의 대가중 일부는 위자료로 해소하고, 일부는 형사처벌로 달랬기 때문에 앞으로 위자료 액수는 사법적 처벌을 하지 못한데 대한 상처까지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간통죄 폐지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위자료 액수가 커지지 않고 A씨의 경우 처럼 간통죄 위헌결정 이전 수준인 통상 3000만~4000만원 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일선 법조인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 6월 부산에서 열린 전국 가사 재판 담당 법관 토론회에서도 위자료 액수가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뚜렷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참석자의 전언에 따르면 갑론을박이 오갔다고 한다. “가정을 중시하는 우리 정서, 파탄이 날 경우 여성자립의 환경이 충분치 못한 한국적인 여건상 남성 부정행위에 대한 위자료 액수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가정파탄의 책임소재를 가리는 것은 구시대적 생각이므로 위자료가 달라질 이유는 없다”는 견해도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이인철 가사 전문 변호사는 “위자료 액수를 올려야 한다고 변호사들은 주장하는데, 법원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일부 판사들은 형사법적 위법성이 없어졌기 때문에 위자료가 오히려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고미진 이혼 전문 변호사는 “과거 간통 위헌이 나기 전에는 통신사를 통한 통신내역조회, 경찰을 대동한 현장 적발 등 증거 수집이 쉬웠는데, 위헌 결정 이후 증거 수집하기가 쉽지 않고 상황의 심각성을 판사들에게 설득하는 것 역시 어려워져 위자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정법원 한 판사는 “최근 판결에서 체감하는 액수의 변화는 별로 없다”며 “과거 형사적 처벌 여부가 위자료 액수 산정에 고려되지 않았던 관성이 이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7월 1억원의 위자료 판결이 부산가정법원에서 나왔다. 2010년에 결혼한뒤 지방근무하던 남편 C씨가 D씨와 주말부부 생활을 하던중 2013년 E씨와 몰래 결혼식을 올리고 주중 부부생활을 한 사건과 관련, 법원은 이혼의 귀책사유가 C씨에게 있고 재산이 별로 없어 재산분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위자료 1억원을 D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던 것.
이는 앞으로 배우자 부정행위에 대한 위자료 액수가 늘어날 가능성을 보여준다. 분할할 재산이 많지 않다면,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예상치 못한 파탄에 직면한 사람이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갈수 있는 수준까지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현곤 이혼 전문 변호사는 “요즘 가사 재판의 추세는 잘잘못만을 따지는 ‘유책주의’가 아니라, 결혼생활이 파탄이 난 현실을 인정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파탄주의’쪽으로 가고 있다”면서 “위자료 보다는 자녀 양육비나 새출발의 토대가 될 재산분할 부분에서 상처입은 쪽에 더 많이 배려하는 방향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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