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다음 세상에선 부디 대통령 하지 마십시오. 정치하지 마십시오. 또 다시 ‘바보 노무현’으로 살지 마십시오.”
2009년 5월 29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울먹였다. 추도사를 듣는 영결식장도 울음바다였다. 방송을 지켜보는 국민도 울었다. 한 전 국무총리의 추모사는 전 국민을 울렸다.
“대통령님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했습니다. 대통령님 편안히 가십시오.”
울먹이며 말하던 한 전 국무총리는 “‘인간 노무현’으로 살아갈 마지막 기회조차 빼앗고 말았다”며 검찰에 울분을 토했다.
그로부터 6년. 한 전 총리의 굴곡진 정치 인생이다. 노 전 대통령 수사에 울분을 토했던 한 전 총리가 이번엔 본인이 그 대상이 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유력 여성 정치인이자 여성 운동의 선구자. 일흔이 넘는 나이에 한 전 총리는 의원직을 상실하고 구치소를 향할 처지에 놓였다.
한 전 총리는 1974년 한국 크리스천 아카데미 간사로 한국 여성운동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한국여성민우회 회장,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참여연대 대표 등을 거치며 한국 여성운동 1세대로 입지를 다졌다. 여성부 초대 장관이기도 하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00년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여성부 장관에 이어 노무현 정부 때 환경부 장관을 역임했다.
한 전 총리 정치인생의 정점은 2006년이다.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 총리에 올랐다. 노 전 대통령과 함께 국정 2인자로 갖은 풍파를 함께 겪었다.
그 뒤로 대선 경선, 총선, 서울시장 선거 등에 연이어 낙선하며 한 전 총리는 고난을 겪기 시작했다. 그 사이 한 전 총리와 함께 정치 인생을 보냈던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두 떠나 보냈다. 노 전 대통령 추도사 외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 추도사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한 전 총리는 추도사에서 “당신께서 세상을 향해 들려주시던 단호한 외침과 맑고 환한 너털웃음을 이제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고 되뇌었다.
한 전 총리는 그 뒤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5만달러 뇌물수수 사건, 9억원 불법정치자금 사건이 연이어 터졌고, 2012년엔 민주통합당 대표로 나섰지만, 총선에서 패배하면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5만달러 뇌물 사건은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고서 혐의를 벗어났지만 9억원 불법정치자금은 끝내 한 전 총리의 발목을 잡게 됐다. 이번 실형 선고로 한 전 총리는 이제 정치무대에서 퇴장하게 됐다.
파장은 거세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검찰의 정치화에 이어 법원까지 정치화됐다”며 한탄했고, 새누리당은 “사필귀정”이라고 반박했다. 그만큼 한국 정치사에 남긴 한 전 총리의 흔적이 크다는 방증이다. 그 마지막 발자국엔 ‘불명예’가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