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럴드 H스포츠=최진수 학생기자 ] 다재다능은 참 애매한 단어다. 모든 걸 다 잘한다는 최고의 찬사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확고한 강점이 없다는 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축구에도 다재다능한 선수가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멀티플레이어가 그들이다. 멀티플레이어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지칭한다. 공격이면 공격과 관련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고 수비면 중앙수비와 측면수비를 가리지 않고 모두 소화한다. 더 나아가 공격과 수비, 심지어 골키퍼까지 소화할 수 있는 선수도 있다. 그들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만큼 감독이 요구하는 전술을 그대로 실행할 수 있는 전술 이해도와 기량도 갖춰야 한다. 특히 전술 이해도는 모든 선수들이 가져야 하는 능력이지만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입장인 멀티플레이어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그들은 그라운드 위의 진정한 만능인이다. 그들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멀티플레이어가 팀에서 갖는 중요도에 대해 알아보자. 그들은 팀과 감독에게 든든한 보험과도 같은 존재이다. 전체 선수단에서 부상공백이 생길 경우 그들이 빈자리를 메워줄 수 있다. 만약 부상을 당한 선수의 포지션을 메울 선수가 존재하지 않으면 전술적으로 허점이 생길 수 있다. 동시에 상대팀이 그 허점 파악하고 그곳만을 집요하게 공략할 것이다. 패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선수단에 멀티플레이어가 존재한다면 그 공백을 비교적 안전하게 메울 수 있다. 또한 전술이 바뀌는 경우 그들의 존재는 빛을 바란다. 감독에게 바뀐 전술을 잘 실행해줄 선수는 큰 위안이 된다. 멀티플레이어는 높은 전술적 이해도를 무기로 변화된 전술을 잘 소화해낼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한 시즌을 꾸려나가야 하는 감독과 구단의 입장에서는 선수단에 꼭 있어야 하는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다. 이제 일반적인 얘기는 미뤄두고 우리가 아는 멀티플레이어는 누가 있는지 궁금하다.

맨유에서 12시즌 동안 251경기를 뛰고 리그 4회 우승, 침피언스리그 2회 우승에 빛나는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아일랜드 선수를 아는가? 바로 존 오셰이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뛰던 시절 EPL을 본 사람이라면 그가 맨유의 진정한 멀티플레이어란 사실을 알 것이다. 그는 팀에서 주로 교체선수로 활약했지만 팀이 위기였을 때 멀티플레이어의 재능을 발휘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6-2007시즌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당시 팀 골키퍼였던 반 데 사르가 코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백업 골키퍼가 있었지만 퍼거슨 감독은 존 오셰이를 골키퍼로 투입하는 강수를 두었다. 원래 그는 수비수와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이었다. 하지만 골키퍼로 교체 투입된 그는 토트넘의 공격수이자 아일랜드 국가대표팀 동료인 로비 킨의 위협적인 슈팅을 몇 차례 막아냈다. 한 달 뒤 리버풀과의 원정 경기에서는 루니를 대신해 스트라이커로도 교체 투입되었다. 한 달 만에 팀의 골문을 지키는 수문장에서 공격의 중심인 스트라이커로 극단적인 포지션 변화를 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팀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 경기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결승골을 넣으며 팀을 구해냈다. 그의 활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6유로 예선 독일과의 경기는 그의 센츄리 클럽(국가대표로 100경기 출전) 가입날이었다. 그 경기에서 조국 아일랜드를 구하는 동점골을 넣으며 그 날의 주인공이 되었다. 비록 더 이상 맨유에서 뛰진 않지만 그는 팀을 위해 어떤 포지션도 마다하지 않는 진정한 멀티플레이어이다. 현재는 같은 리그 소속인 선덜랜드에서 주전 수비수로 4시즌 동안 133경기를 소화하며 꾸준한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고 있는 중이다.

한국선수 중에는 있을까? 물론이다. 그것도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선수다. 바로 유상철이다. 유상철은 한국을 대표하는 멀티플레이어다. 또한 2002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끈 레전드다. 현역시절 요코하마와 울산에서 선수생활을 한 그는 부상을 잘 안 당하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으로 월드컵 대표팀에 승선했다. 월드컵에 출전한 그는 조별리그 폴란드전에서 결승골을 넣기도 했다. 나중에 밝힌 이야기지만 그는 월드컵에 출전할 당시 왼쪽 눈에 시력이 거의 없던 상태였다고 한다. 그의 멀티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K리그에 존재한다. 그는 K리그 베스트 11에 수비수(1994년), 미드필더(1998년), 공격수(2002년) 부분에 모두 선정된 경험이 있다. 이 기록이 그가 한국을 대표하는 멀티플레이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단순히 공백을 메우기 위해 뛴 것이 아니라 맡은 포지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국가대표 124경기 출전으로 한국선수로는 4번째로 센츄리 클럽에 가입했다. 센츄리 클럽에 가입했다는 사실은 그가 대표팀에서 꾸준히 중용 받았다는 걸 말해준다. 즉 멀티플레이어로서 그의 능력을 인정 받았다는 뜻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멀티플레이어는 참 애매한 재능이다. 잘못하면 교체선수로 전락할 위험도 크다. 선수로서 확고한 포지션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위에 선수들은 단점이 될 수도 있던 것을 자신의 장점으로 소화했다. 이 선수들 말고도 루드 굴리트나 루이스 엔리케와 같이 전설적인 선수들 모두 멀티플레이어였다. 이미 현대축구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은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들은 돌연변이가 아니다. 남들보다 앞서 미래의 선수상을 확립한 개척자이자 선구자이다. <사진1> 존 오셰이 ⓒUEFA 공식 홈페이지 <사진2> 유상철 ⓒ유상철 축구교실 공식카페 캡쳐 press@h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