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ㆍ김진원 기자] #1. “DMZ 지뢰폭발 사건은 제2 천안함 정국을 유도하려는 정치권 음모…”
최근 한 포털사이트 토론방에는 ‘휴전선 지뢰 폭발은 우리측의 자작극으로 확신한다’는 글이 게재됐고, 이념대결 양상으로 댓글 논쟁이 이어졌다.
“도발의 유형에서 천안함과 비슷하다”는 전문가 진단이 이어지자, 일부 네티즌들이 이를 뒤집어 천안함때 처럼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면서 “정국 주도권 장악을 위한 보수세력의 음모”라는 취지의 괴담을 인터넷망에 올린 것.
#2. 지난 6월 30일 인터넷과 SNS 공간은 배우 이시영씨 때문에 하루 종일 떠들썩했다. 인터넷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날 오전부터 ‘이시영 성관계 동영상’이 급속 유포된 것.
동시에 카카오톡 등 SNS에선 ‘모 일간지가 해당 영상과 검찰 수사 상황을 취재 중’이라는 속칭 ‘찌라시’ 형태의 정보글이 돌았다. 곧이어 ‘또다른 언론사도 이씨 사건을 뒤쫓고 있다’는 정보글이 나왔다. 매체명과 기자 실명까지 담긴 그럴듯한 정보글에 동영상의 존재가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씨 측이 부랴부랴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이시영 동영상’ 루머는 이미 퍼질 대로 퍼진 상황이었다.
메르스 괴담과 ‘이시영 성관계 동영상’에 이어 DMZ 목함지뢰 사건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옷으로 무장한 루머가 판을 치고 있다.
스마트폰과 함께 갖가지 SNS 매체가 등장하면서 이제 루머와 괴담은 입이 아니라 엄지손가락을 통해 만들어지고 퍼져나간다.
이번 DMZ 지뢰 괴담은 디지털기기를 통한 루머의 생산ㆍ유포 양식이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렸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루머와 괴담의 전파력과 피해규모는 과거의 입소문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속도는 말할 것도 없고 2차 가공돼 확대ㆍ재생산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이시영 사건처럼 ‘후속 찌라시’가 사람들의 눈과 귀를 현혹하는 일도 있다.
최근들어선 연예인, 정치인 같은 공인 뿐 아니라 일반인이 루머의 표적이 되기도 해 심각성을 더한다.
순식간에 누리꾼들이 달려들어 루머 속 인물의 개인 신상정보를 캐내는 ‘신상털이’와 맞물리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 얼마 전 카카오톡에는 ‘전 직장에서 성추행 사건에 휘말려 일을 그만둔 한 회사원이 또다시 여자 문제로 퇴사했다’는 미확인 루머글이 약간의 개인정보와 함께 퍼졌다.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그의 실명과 과거 소문까지 오르내렸다.
문제는 사람들이 루머의 진위 여부엔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 분초 단위로 변하는 인터넷ㆍ모바일 세계의 특성처럼 잠깐 즐기고 소비하고 나면 금세 또다른 루머로 눈을 돌린다.
많은 찌라시를 보유ㆍ유포하는 게 일종의 ‘상패’처럼 여겨지고, 가십거리로 전락한 루머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은 잊혀지기 일쑤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SNS 이용자들은 허위사실 유포가 큰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재미로 삼고 있다”면서 “제도권 언론보다 루머글이나 영상을 먼저 봤다는 만족감 뿐 아니라 이를 퍼뜨려 정보력을 과시한다는 심리도 한몫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통신장비와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고 루머 전달 과정이 복잡해짐에 따라 책임자를 처벌하기도 힘들어졌다.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2명 중 1명은 벌금형을 선고받는 데 그치는 등 솜방망이 처벌이 ‘괴담공화국’을 부채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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