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대학로 근처에 사는 김성국(42) 씨. 얼마전 가족들과 우연히 삼겹살 집을 들렀다. 간판이 ‘345’였기에 눈에 띄었다. ‘3(삼ㆍ겹살)4(사ㆍ먹으러)5(오ㆍ것제~)’라는 뜻. 주인이 참 재미있는 사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주 마땅히 외식 장소가 떠오르지 않던 그의 머릿속에 신기하게 ‘345’가 스쳐 지나갔다. 가족들을 데리고 다시 그 집을 갔다.
숫자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의미없이 사라지는 숫자가 대부분이지만, 오랫동안 머릿속을 지배하는 숫자도 있다. 숫자의 마법에 빠지면 자신도 모르게 자석처럼 끌려 들어가고, 그곳에서 물건을 사고, 동시에 만족감도 얻는다. 물론 내실이 없는 숫자의 함정에 속아 당황한 적도 많지만 말이다.
경기불황에다 메르스 사태로 인해 어려운 시대, 이처럼 숫자마케팅이 우리 곁에 도배되고 있다. 숫자마케팅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최근엔 다양한 색채로 진화하는 게 최신 트렌드다.
과거 ‘2% 부족할 때’, ‘2080 치약’ 등 대표적으로 성공한 사례의 신화를 이어 매직넘버(숫자)로 도전하고 있는 곳도 많다. 100% 오렌지주스, 제로(無ㆍ0) 칼로리 등의 숫자를 활용한 브랜드들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은 100% 순도에 열광하고, 비만 걱정이 없는 무(無)첨가 제품에 한번이라도 더 눈길을 준다는 것을 경험상 터득한 유통가의 상술이 더해져 숫자마케팅은 갈수록 폭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낭패를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매직넘버에 꽂혀 있는 것은 국내만은 아니다. 오히려 해외 쪽에서 숫자마케팅은 일찌감치 전략적으로 중무장해왔다.
최근 글로벌 식음료 대기업인 유니레버의 아이스크림 전문가들은 최고의 아이스크림 매출 상승 비결을 전격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 비결은 다름 아닌 ‘18’이라는 숫자에 있었다. 18이 아이스크림 매출 매직넘버라는 것이다. 즉, 소비자들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하는 최적의 기온이 섭씨 18도라는 것이다. 이에 여름을 갓 접어들면서 온도가 18도 근처를 맴돌때 매출전략 총공세를 펼쳤고, 이것이 성공해 왔다는 것이다. 성공한 매직넘버 전략이다.
물론 입증되지 않는 막연한 매직넘버에 사로잡혀 실패한 경우도 있다. 10여년 전에 한국코카콜라에서는 국내 아미노산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코카콜라 187168’이라는 제품을 내놨다.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키(남자 187cm, 여자 168cm)를 상징하면서 새롭게 내놓은 제품이었다. 하지만 국제적인 미투(me-too) 상품으로 비판받고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으면서 생산을 중단해야 했다.
흥미로운 것은 동네에 슬금슬금 침투해왔던 숫자마케팅이 어느새 위력적인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서정민(38) 씨는 “(내 경우엔) 파스타 가게 8과 2분의1, 7000(삼겹살 7000원), 80년 전통(80년 된 설렁탕집) 등 이름이 재미있고, 뭔가 내용이 있을 것 같은 집을 자주 찾게 된다”며 “이상하게 간판이 독특하면 가게주인의 진정성이 느껴지고, 파는 음식 또는 제품의 내실도 있을 것 같아 신뢰감이 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