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민청장님을 어렵게 만나 뵌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굿 가이 인, 배드가이 아웃(Good guy in, bad guy outㆍ좋은 사람은 입국시키고 나쁜 사람은 추방시키자).’ 이랬더니 활짝 웃으시면서 자기의 슬로건을 어떻게 알았냐고 그러시더라고요.”

경찰청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계장 김병주<사진> 경정은 이달 우리나라 경찰이 처음으로 외국 현지의 법집행 당국과 합동 작전을 벌여 범인 검거를 성공하는데 기여한 숨은 주역이다.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 인터폴 추적팀은 지난달 29일 필리핀으로 직접 건너가 2005~2010년 1000억원대 유사석유 판매, 주유소 운영권 강탈 등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 달아난 ‘봉천동 식구파’의 두목과 부두목을 붙잡았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현지 치안당국의 협조가 뒷받침됐기 때문인데, 김 경정이 이례적으로 필리핀 이민청장과 면담을 갖고 지원을 성사시킨 것이 결정적이었다.

김 경정은 3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민청장을 접견했던 당시를 회고하면서 “낮 12시쯤 무작정 청장님을 찾아가서 4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날 중요한 회의가 있으셨음에도 도중에 나와 시간을 내주셨다”며 “부동자세로 깎듯이 인사드리고 낮은 자세로 청장님께 지원을 요청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리 파악해 둔 청장님의 슬로건을 꺼내면서 필리핀에 있는 한국의 나쁜 사람들을 국내로 데려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승락해주셨다”며 “헛걸음할 수도 있었던 자리였는데 극적으로 면담이 이뤄졌고 헤어질 땐 개인적으로 좋은 덕담도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 당국과 처음으로 함께 검거했다는 의미도 있지만 처음 정보수집부터 마침내 붙잡게 되는 모든 과정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공유하면서 이뤄냈다는 것에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며 “또 미국이 우리에게 수사협조를 요청하면 쉽게 거절할 수 없듯이 필리핀도 우리의 요청에 응해주는 걸 보면서 우리나라의 국격이 많이 향상됐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실제 검거에서 겪은 애로점은 없었냐고 묻자 “해외에 나가면 한국 사람 얼굴을 쉽게 알아보기 때문에 저희 직원들이 현지의 열악한 환경에서 화장실도 잘 못 가며 잠복하는 일이 힘들었다”며 “식구파의 부두목은 붙잡히자 우리 직원에게 ‘감방에서 살고 나와서 봅시다’라며 협박하기도 했다”고 답했다.

김 경정은 “앞으로 해외에 계신 재외국민들을 보호한다는 관점에서 우리 인터폴의 업무역량의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며 “치안력이 잘 미치지 않는 나라에 있는 우리 교민의 안전 차원에서 해당 국가를 독려하고 필요시엔 파견도 나가고 수사지원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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