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en(리앙)’

226년 전 오늘. 프랑스 대혁명 당시 민중과 정치 지도자 사이의 ‘불통(不通)’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당시 왕이었던 루이 16세는 사냥을 유독 좋아했다. 그는 혁명 직전까지도 거의 매일 사냥을 갈 정도로 민심을 읽지 못했다.

혁명의 불길이 절정에 달했던 파리 바스티유 감옥 습격이 있던 1789년 7월14일 밤. 그는 일기장에 ‘Rien’이라고 적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뜻이다. 그 날 사냥에서 아무 것도 잡은 게 없었다는 것이었다. 반면에 그는 백성들의 죄를 사면하는 데는 인색했다.

혁명 이후 오늘날 프랑스 정치 지도자들은 매년 7월14일에 소통과 화합의 정치적 메시지를 던진다.

대통령은 이날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두 명의 기자를 ‘엘리제궁’으로 초대해 40분 간 생중계로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TV 공개토론을 벌인다. 프랑스인들은 토론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는 ‘꼬뮤니까시옹(Communication)’ 문화가 몸에 배 있다. 직접 대통령을 보고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프랑스 국민들에게는 당연한 ‘권리’로 인식돼 있다. 사회당 소속으로 최초로 대통령에 당선된 프랑소와 미테랑(Francois Mitterrand) 전 대통령은 TV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소통에 있어서는 열린 지도자로 평가받았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는 미테랑 옆에서 10년 동안 ‘쓴소리’를 한 그의 친구이자 보좌관이었다.

아울러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이 우리보다 엄격하게 제한돼 있는 프랑스에서도 대통령이 대혁명일을 기념해 국민 통합 차원에서 대규모 사면을 단행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미테랑 전 대통령은 재임 중 7월 14일을 기해 수차례의 특별사면을 단행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8ㆍ15 특별사면을 실시하겠다는 뜻을 전격 발표했다.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의 차원에서 사면을 하겠다고 했다.

절대왕정 시대의 유물이란 비판도 있지만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현실정치에서는 화합과 소통의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박 대통령은 면죄부식 사면을 극도로 경계해 왔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국민대통합을 강조하면서 사면을 언급한 것은 각별한 의미를 갖게 한다.

최근 거부권 정국에서 박 대통령은 야권으로부터 왕정 시대의 ‘절대군주’라는 비난을 받았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 같다는 악담도 들어야 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와 그리스 재정위기 등의 악재로 우리 경제에는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그래서 국민을 하나로 결집해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사면이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는 물론 정ㆍ재계까지 끌어 안는 소통과 화합의 물꼬를 트는 대사면을 기대해본다. 대통합의 사면은 임기 반환점을 앞둔 박근혜 정부가 통합과 소통의 정치로 나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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