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고승희 기자]패션잡지 대신 육아잡지를 열독하고, 백화점에 가면 화장품 코너 보단 육아용품 코너로 발길이 향한다. 이 세상 모든 엄마에게 내 아이는 영재라는데, ‘오 마이 베이비’(SBS) 작가들에게도 일곱 명의 아이들은 하나같이 미모의 천사표에 슈퍼 영재다. ‘팔불출’이 따로 없다. 민지연(35) 김보배(32) 김윤정(31) 지유라(29) 작가다.
관찰카메라 형식의 육아예능 ‘오 마이 베이비’와 함께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네 명의 작가는 “아이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입을 모은다. 촬영은 2주에 한 번이지만, 매주 만남을 가진다. “애들이 많이 컸나 싶어 한 번 가보고, 뭘 하고 노나 싶어 들려본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작가들은 이미 또 다른 가족이다. 부르는 이름은 대체로 ‘이모’다. 지유라 작가는 ‘주입식 교육’에 성공해 슈의 쌍둥이 딸 라희에게 “언니”라는 호칭을 얻었다.
미혼의 네 사람은 ‘육아예능’의 작가로 살며 누구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을 습득한 ‘육아의 달인’이 됐다. ‘오마베’의 첫회부터 함께 한 민지연 작가의 경우 KBS2 ‘삼촌이 생겼어요’부터 KBSN ‘헬로 베이비’ 등 이미 육아예능을 경험한 베테랑이다. 민 작가와 세 사람은 현장의 체험과 육아 전문서적부터 기획기사, 심리학 서적을 참고서 삼아 아이들의 성장과정에 맞춘 ‘육아상식’을 익혔다.
육아예능의 독주체제를 만든 ‘슈퍼맨이 돌아왔다’(KBS2)에 대응하는 후발주자의 고민은 이 지점에서 차별성을 만들었다. “4인4색, 네 가족의 육아법을 보여주는 것”이 ‘오마베’의 독창성이었다.
▶ 4인4색 육아법, 웃음은 기본 정보도 쏠쏠=‘오! 마이 베이비’에는 전혀 다른 색깔의 네 가족이 등장한다. ‘첫 아이’ 육아인 손준호-김소현(주안), 시골육아에 한창인 리키(태오-태린), 쌍둥이 육아 슈(라희-라율),‘플레이대디’ 김태우(소율-지율 자매)다.
“첫 아이의 육아를 통해 부모가 함께 배우고 성장해나가는” 김소현, 손준호 부부는 똑똑한 아들 주안이에게 실생활 육아법을 적용한다. “정확한 대사전달력과 풍성한 어휘구사력을 갖춘 부부의 많은 대화”(민지연 작가)는 주안이가 엄마 아빠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최고의 학습이 됐다.
“아메리칸 파파 리키는 태오, 태린 남매에게 늘 스스로 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해 아이들에게 미션을 많이 주고”(김보배 작가), “경쟁심이 부쩍 심해진 쌍둥이는 다투다가도 서로 양보하는 과정을 배우는 모습”(지유라 작가)을 담아낸다. 자신 역시 쌍둥이였다는 지유라 작가는 스스로의 성장과정을 엄마 슈에게 ‘육아팁’으로 건네기도 한다. “어린시절부터 연예인 생활을 했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며 시행착오가 많았다”는 아빠 김태우는 소율, 지율 자매와 “함께 놀아주며 아이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담고 싶어 ‘플레이 대디’ 육아법”(김윤정 작가)을 보여준다. 대단한 놀이를 하는 것도, 괜한 판타지를 키우는 것도 아니다. “거창한 이벤트를 줄이고 집안에서의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며 아이의 정서적인 부분을 지켜보고, 성장에 도움을 주는 부분을 함께 고민하는 것”(민지연 작가)이 ‘오마베’의 방식이다.
“현실적인 육아를 보여주려고 해요. 육아 프로그램을 하면서 느끼는 건 시청자와 갭이 크면 안 되더라고요. PPL이 너무 심하다거나 돈이 많아야만 할 수 있는 체험이나 여행을 하는 거죠. 시청자 입장에선 잠깐 좋아보일지 몰라도 괴리감이 들면 떠나기 마련이거든요.”(김윤정 작가)
일상 속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하는 과정엔 돌발상황이 적지 않다. 작가들은 매주 기획회의를 통해 새로운 아이템을 고민하고, 각자 담당하고 있는 가족의 육아법을 살리기 위해 애쓰지만 막상 촬영에 돌입하면 변수가 많다. 지난 20일 방송에선 ‘밸리댄스를 배우러 간 소율이가 갑자기 토라지자 아빠 김태우는 난감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이들의 세계는 크고 오묘해 어른의 눈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쉽진 않다.
“가끔은 부모의 입장에서도 화가 날 정도로 말을 안 듣고, 한 번 감정이 틀어지면 어른 대여섯 명이 애를 써봐도 달래지지 않을 때가 있어요. 아이는 울고 떼를 쓰는데 왜 그런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케어해줘야 성장에 도움이 될지를 고민하게 돼죠.”(민지연 작가)
’오마베‘는 이에 작가들이 전문가와 상담한 육아정보를 자막으로 함께 전달한다. 나이대별 행동발달과정에 드러난 특징들이 서로 다른 성향의 일곱 아이들에게도 어김없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육아예능으로서 단지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바라보고 힐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청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도 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를 키우던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추억을 되살리고, 다가오거나 맞닥뜨린 육아 고민을 함께 해결하는 것이 ‘오마베’의 방향성”(민지연 작가)이라는 설명이다. 향후에는 프로그램 홈페이지를 통해 자문단을 구성해 시청자와의 소통 창구도 열어둘 계획이다.
▶ “아이의 세계를 지켜보는 일” 작가의 역할=‘오 마이 베이비’에는 메인작가(노윤)를 포함해 총 9명의 작가들이 있다. 2인 1조로 짝을 이뤄 네 가족과 각각 호흡한다. 손준호-김소현 부부의 아들 주안이는 민지연 작가, 리키 부부의 남매 태린-태오는 김보배 작가, 슈의 쌍둥이 라희-라율은 지유라 작가, 김태우의 자매 소율-지율은 김윤정 작가가 담당한다.
수십대의 카메라가 알아서 돌아가는 관찰예능이라지만, 이들 작가에게 주어진 또 다른 임무는 아이들의 세계를 지켜보며 빠르게 성향을 파악하는 일이다.
민지연 작가는 “아이들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지금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사생활을 알아며 순조롭게 촬영도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김윤정 작가는 “작가의 업무 중 아이들의 기분을 맞춰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촬영을 위해 아이템을 진행할 때 아이들은 기분에 따라 하고 싶을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다. (제작진이) 원하는 아이템을 해야하는 상황에선 여러 방법으로 달래 촬영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하며 끊임없이 지켜보고, 친해지는 과정을 거쳤기에 때로는 부모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아이들의 감정선을 작가들은 먼저 알아차린다. “아이는 어른과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아이들만의 세계가 있어 그것이 다치지 않도록 지켜보고 기다려야 한다”(김보배ㆍ지유라 작가)는 그들만의 노하우도 얻었다.
“결혼도 아이도, 육아예능도 싫었다”는 김윤정 작가도, “아이들이 워낙에 좋았고, 이상하게 육아예능이 잘 맞았다”는 민지연 작가는 물론 김보배, 지유라 작가에게도 육아예능의 가장 큰 매력은 출연자와 함께 하며 가족이 된다는 점이다.
손준호-김소현 부부의 아들 주안이와 오랜 시간 함께 해오다 슈의 라둥이를 담당하게 되며 맞은 마지막 촬영날은 지유라 작가에게 먹먹한 기억으로 남았다. 두 돌 밖에 되지 않은 아기가 ‘이모, 오늘이 마지막이야?’라는 말을 전할 때, 이별의 아쉬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유라 작가에겐 무수히 많은 감정이 오갔다고 한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촬영을 마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제작진은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이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어요. 아이들이 칭얼거릴 땐 뭐 때문에 그런 걸까 지켜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아이들의 감정이 보여요. 신기하게도 제가 느끼는 걸 아이들도 느끼더라고요. 표정이 안 좋으면 먼저 달래주고, ’이모‘ 하면서 안아주죠.”(김보배 작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친밀감이 쌓이고, 같이 아이를 키우며 성장해나가게 돼요. 저 역시 결혼과 육아 적령기에 놓이고 언젠가 찾아올 예비엄마로서의 고민에 대한 답을 프로그램을 하면서 얻게 되기도 하고요.”(민지연 작가)
육아예능을 만나며 경험하는 기쁨과 뿌듯함만큼 작가들에겐 이미 수년째 지속한 육아예능의 후발주자로 나아갈 길에 대한 고민은 적지 않다. 김보배 작가는 “가장 중요한 건 공감”이라며 “너무 많은 그림을 봐왔기에 육아예능은 식상해졌을 수도 있지만, 힘들고 각박해질수록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은 꾸준히 사랑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보다 새로운 걸 발견해 보여주는 것이 육아예능의 과제라고 한다. “우리가 아이들을 바라보듯이 시청자가 감정이입을 하고,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볼 수 있는 방송”(김윤정 작가)을 해나가는 것이 목표다.
민지연 작가는 ’육아예능‘에는 예측 불가능한 리얼함이 담겼다는 점에서 ’오! 마이 베이비‘의 전망도 찾았다. “네 가족의 육아기를 보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고 배워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은 우주를 가지고 있다고 하잖아요. 어른의 눈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커다란 속마음의 세계가 있어요. 엄마 아빠도 미처 알지 못했던 아이들의 우주를 들여다보고, 그 우주가 어떻게 발전해갈지 함께 공감하는 것이 ’오마베‘가 나아갈 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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