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문길 통신원] 일본 최악의 소년범죄인 1997년 ‘고베 아동연쇄살인사건’의 장본인 아즈마 신이치로(범행 당시 14세, 현재 32세)가 쓴 수기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된 데 대해 일본 내에서도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아즈마를 ‘악의 카리스마’로 영웅시 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데 대한 우려다.
지난 10일 출간된 아즈마의 수기 ‘절가(絶歌)’는 이미 초판 10만부 외에 5만부 증쇄가 결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인세를 10%만 잡아도 아즈마에게 2000만 엔(한화 약 2억원) 이상의 수익이 돌아간다. 끔찍한 범죄자의 심경을 엿보려는 관음증이 낳은 기현상이다. 이에 대해 일본 문학계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나섰다. 사건 발생 1년 뒤인 1998년 ‘소년A, 14세의 초상’이란 책으로 이 사건을 진단했던 중견작가 타카야마 후미히코 씨는 ‘절가’에 대해 “깊은 성찰과 고뇌도 없는 수준의 개인이야기로 마무리짓자니 해도 너무한 일”이라고 혹평하고, “(범행후 소년원 등에서) 극진한 갱생프로그램을 거쳐 사회에 나온 그는 이번에는 특정 출판사의 극진한 보호 하에 화려하게 작가로 데뷔하려고 한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상당한 경제적 이익도 얻었다”고 지적한 타카야마 작가는 “‘독아론’의 부활이 우려된다. 이런 수기를 책으로 만들어낸 출판사의 책임은 중대하다“고 비난했다. 독아론은 자신만이 존재하고, 타인이나 그 밖의 다른 존재물은 자신의 의식 속에 있다고 간주하는 관념이다. 아즈마는 범행 후 정신감정에서도 독아론에 빠져 있다는 감정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일본 경찰의 대표조직인 경시청의 현직 간부는 현지 대중잡지 슈칸포스토 7월3일자를 통해 “경시청과 법무성 등이 몇년 전까지도 그의 동향을 감시해 왔다”고 증언했다. 특히 형사부뿐 아니라 공안부쪽에서도 관여한 것은 일본내 좌경세력이 그를 정치 활동에 이용하기 위해 영웅시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건이 있은지 18년이나 지난 지금 아즈마가 ‘악의 카리스마’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은 새삼 위기감이 들지만, 현재는 거처 확인도 잘 되지 않는다고 이 경찰 간부는 털어놨다.
아사히 신문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의료소년원에서 가석방된 ‘소년 A’ 아즈마는 가족과 떨어져 신원을 숨기고 용접공,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왔다.
슈칸포스토는 ”사건 후 입소했던 의료소년원에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장래 희망을 밝혔던 아즈마가 피해자 유족의 심정을 유린하며 이런 욕망을 이뤘다”고 강도 높게 비난하고, “심성이 변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가 허영심을 충족하기 위해 다음에는 무엇을 하려 할 것인가”라고 우려했다.
현재 일부 일본 네티즌들은 ‘수기 출판을 축하한다’는 게시글과 동영상을 인터넷상에 올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혐한’ 코드로 무장한 극우 세력 일부는 ‘아즈마가 재일한국인 신분이며, 히로시마에 은신중’이라는 낭설을 퍼뜨리고 있다.
▶고베 아동연쇄살인사건=1997년 5월 효고현 고베시의 중학교 정문 앞에서 절단된 어린이의 머리가 발견됐다. 근처에서 실종된 11세 소년이었다. 이 소년의 머리는 입에서 귀까지 찢어져 있고 그 사이에는 범행선언문이 끼워져 있었다. 일주일 뒤 지역언론사인 고베신문사로 제2차 범행예고 쪽지가 날아들었다. 한 달 뒤 체포된 범인은 14세의 중학생이었다. 조사 결과 범인은 수개월 전 초등학교 4학년 여아를 때려 숨지게 했고 그 외에도 3명에 중경상을 입혔다. 사이코패스사람 죽이기를 즐겼던 셈이다. 사건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주고 형사 처벌의 대상 연령을 16 세에서 14 세로 낮추는 소년법 개정의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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