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최근 유로화 약세와 유로존 경기 부진으로 우리의 대 EU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채권단의 긴축안이 부결되면서 우리의 수출환경은 더욱 악화됐다.
우리와 그리스 간 교역규모는 크지 않지만, 주변국으로 사태가 확산될 경우 우리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커질 전망이다.
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그리스와 교역액은 지난해 14억6000만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교역액(1조982억달러)의 0.1%를 차지했다. 올 1∼5월 대 그리스 수출액은 이미 작년 같은 기간보다 73% 급감한 상태다. 그래도 교역 비중이 작아 그리스와 교역 감소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KOTRA 아테네무역관은 이날 그리스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한국의 대 그리스 수출 가운데 86%를 차지하는 선박의 경우 대다수 그리스 선사들이 파나마 등 외국에 배를 등록하는 ‘편의치적’(세금과 기타 편의를 제공해주는 국가에 선적을 등록하고 있는 선박)을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그리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해운 시장의 회복이 더뎌지면서 국내 선박 수출업계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리스 사태의 파장이 유럽 금융권의 부실과 함께 유로존 전반의 소비와 투자심리 위축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10년 그리스에서 촉발된 유럽 재정위기도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남유럽을 넘어 프랑스 등 서유럽으로까지 확산된 바 있다.
특히 엔저와 함께 한국 수출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유로화 약세를 심화시켜 우리나라 수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만약 그리스 사태가 디폴트 이후 유로화 사용을 포기하는 그렉시트(Grexit)로 이어진다면 유럽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파가 커지면서 한국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유럽연합(EU)으로 수출 규모는 516억60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9.0%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 EU 수출액은 14.0% 감소했다.
KOTRA는 그리스 현지 은행들의 영업중단, 예금인출 제한으로 해외 송금 업무가장기간 차질을 빚으면서 수출 대금 미지급 사례가 증가하고 미수금 회수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 기업의 대 그리스 투자 규모는 현지 법인 680만달러, 지점 190만달러, 지사 170만달러로 총 1040만달러 규모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해 자국의 드라크마 화폐로 돌아갈 경우 화폐가치 폭락으로 단기간 수입물가가 급등하는 하이퍼인플레이션과 상거래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비해 현지 진출 기업들은 사업 계약서를 작성할 때 대금 지급수단을 유로화나 달러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KOTRA는 지적했다.
박기원 KOTRA 아테네관장은 “그리스는 구제금융 협상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돼 당분간 정국혼란과 경제침체가 불가피하다”며 “유로존 탈퇴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