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의 전설(장용학 지음, 지식을만드는지식 펴냄)= ‘한국 근현대소설 초판본 100선’으로 출간된 장용학의 ‘원형의 전설’은 6.25전쟁을 자유와 평등의 갈등, 즉 냉전시대의 산물로 그려낸다. 근대 이성의 뿌리인 자유와 평등의 이념이 근친상간을 통해 사생아로 등장한 것이 한국전쟁이라는 것이다. 자유와 평등이 한 배에서 나온 것과 다르지 않은데도 피투성이가 돼 싸우는 현실을 작가는 근친상간이란 알레고리로 풀어낸다. 남매지간인 오택부와 오기미의 사생아 이장을 주인공으로 세운 건 그런 설정이다. 북한 의용군이었다 국군이 된 이장의 비극적 삶은 출생과 동시에 예고된다. 그가 태어나는 걸 원치 않은 오택부는 갓난아이를 죽이려다 실패한다. 이는 추후 이장의 아버지 살해의식과 연결된다. 작가는 한국전쟁과 전후의 궁핍과 타락, 현실의 부조리와 세계의 폭력성 속에서 고투하는 주인공을 통해 실존의 의미와 가치를 날카롭게 환기시킨다. ▶요가 불멸과 자유(마르체아 엘리아데 지음, 김병욱 옮김, 이학사 펴냄)=20세기 가장 위대한 종교학자로 평가받은 엘리아데의 초창기 학문적 관심을 종합한 저술이다. 고전 요가철학을 분석, 정리하고 그 후의 요가의 발전을 집대성한 요가의 고전으로 불린다. 엘리아데는 요가를 인도 정신과 문화의 원형으로 봤다. 엘리아데는 인간존재의 시간성과 역사성이라는 현대 서구에서 제기되는 많은 철학적 문제의 해답을 인도사상과 실천 수행인 요가에서 찾아낸다. 요가는 실천적 수행을 통해 해탈함으로써 불멸과 영원한 자유의 경지에 이르는 철학으로 정신과 물질을 분리하는 이원론적 세계관에 기초한다. 책은 요가의 교의와 기법 뿐 아니라 요가와 브라만교, 힌두교, 불교, 탄트리즘, 연금술 등과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분석, 해석해 놓았다.
▶봉고차 월든(켄 일구나스 지음, 구계원 옮김, 문학동네 펴냄)=불황과 저성장 속에서 구직의 길은 좁고 학자금 대출에 쫒기는 청춘의 얘기는 우리만의 것은 아니다. 3만2000달러의 학자금 빚만 떠안고 대학을 졸업한 저자는 수십번의 구직 실패에 쓰레기 처리자, 보조조리사 등 저임금직을 3년간 전전한다, 추위와 고독에 맞서며 처절하게 빚에서 탈출한 그는 ‘월든’에서 배운 삶의 방식을 실천하기 위해 낡은 봉고차를 구입해 거기서 남몰래 생활하며 빚없이 대학원을 무사히 졸업하는 비밀스런 실험을 시작한다. 책은 빚더미를 헤치고 살아남기 위해 6년간 좌충우돌한 분투기다. 봉고차족으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그는 물건이 아니라 충만하고 즐거운 삶에서 행복을 배운다. “자신을 묶어두었던 그물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는 저자의 얘기는 인문 성찰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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