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보일 듯 말듯 가물거리는 안개 속에 쌓인 길, 잡힐 듯 말듯 멀어져 가는 무지개와 같은 길’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산책길에서 인상적으로 들었다고 밝힌 노래 ‘가리워진 길’의 한 구절이다. 풀리지 않는 현실의 답답함이 우연히 들은 노랫말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남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홍 장관이 지난 23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100일을 기념하는 건 범물완성(凡物完成)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 장관의 취임 100일은 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공교롭게도 북한은 이날 억류 중인 우리 국민 김국기 씨와 최춘길 씨에 대해 ‘반공화국 정탐모략행위 감행’을 이유로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바로 직전에는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에 불참한다는 입장을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에 통보했다.
6ㆍ15 남북 공동행사와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8ㆍ15 남북 공동행사 등 일련의 흐름을 통해 통일준비와 실천을 꿈꾸던 정부의 구상은 요원해지고 말았다. 광복 70주년이라는 호기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개선은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상대방인 북한이 요지부동이라고는 하지만 남북관계 주무부서의 수장인 홍 장관의 책임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홍 장관은 취임 100일을 맞이했지만 좀처럼 존재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기자가 사석에서 만난 한국 주재 외신특파원과 젊은 북한학자들조차 통일부 장관의 이름 석자를 떠올리는데 한참이 걸렸다.
홍 장관이 취임 100일 당일 북한의 코앞 서울에서 인권상황을 감시하는 유엔의 현장 거점인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것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인류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와 관련된 사안이라는 점은 이해되지만 외교부장관이 참석한 상황에서 굳이 남북관계 주무부처 수장인 통일부장관이 숟가락을 얹었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홍 장관의 카운트파트가 돼야 할 북한은 이미 그에 대해 ‘박 대통령의 수발이나 들던 철부지 애송이’, ‘북남협상 경험도 없는 글방 샌님’, ‘청와대 안방주인의 동족대결 치맛바람에 춤을 춘 대결광신자’라고 매도하며 대화상대로 인정조차 않고 있다.
북한의 극단적인 표현을 빌려야 하는 기자의 신세가 처량하지만 북한의 표현을 전면 부정하기도 어렵다는 점은 더욱 안타깝다.
홍 장관은 최근 통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리워진 길’과 함께 ‘한여름 밤의 꿈’이라는 노래를 언급했다.
전임 통일부 장관이 “솔직히 통일부장관은 아무나 와도 되는 자리”라고 했다는 통일부장관으로서의 홍 장관의 책임과 역할이 ‘한여름 밤의 꿈’에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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