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불과 7주 전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조상우 군은 몇 번의 방송 출연으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험한 말을 들어야했다. 글자로 써놓은 것을 보고 피식 웃어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 댓글이 향해있는 사람들이 아니니까. 조상우군은 ‘말대가리상’, ‘오징어상’ 등 외모를 지적하는 악플에 말문이 막혔다. 모멸감이다.

케이블 채널 tvN ‘고교10대천왕’은 평범하고 다양한 고등학생들이 출연, 그들의 시각으로 세상사를 해석하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0일 방송의 주제는 보이지 않는 폭력 ‘악성댓글’이었다. 매회 방송마다 엄청난 화제를 모으는 것은 아니지만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학생들은 또래집단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게 됐다. 이미 알려진 두 친구의 경우 악성댓글의 강도는 높았다. 배우 황신혜의 딸 이진이에겐 “엄마 빽으로 활동하면서 아니라고 아니라고 하는 거 웃김”, “엄마 유전자 몰빵했는데 얼굴은 죄다 피해갔네”라는 댓글도 달려있다. 강용석의 아들 강인준에겐 “연예인 자녀 중 제일 비호감”, “너도 고소나 하라”는 식의 댓글이 이어졌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서 당하는 언어폭력을 감내하는 것도 아이들의 몫이었다. 마음 속 깊이 남아있던 상처의 흔적이 다시 드러나자 아이들은 결국 눈물을 흘렸다. 애써 담담한 척 보여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감당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고소의 아이콘’이었던 국회의원 출신 방송인 강용석의 아들 강인준 군은 JTBC ‘유자식상팔자’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이날 방송에서 공개된 댓글에 대해서는 도리어 담담했다. 하지만 깊은 상처가 됐던 댓글은 있었다. 몇 해전 강인준 군이 초등학교 6학년, 고작 열세 살이었을 때였다. 강인준 군은 “아빠가 고소하고 그랬을 당시였다. (인터넷에는) 10대들이 많은데, 아빠에 대해 아는게 없으니 아빠 블로그에 올라온 동생 세준이 사진 아래로 ‘염산을 뿌려버리고 싶다’, ‘죽여버리고 싶다’는 댓글을 봤다”고 말했다.

강인준 군의 이야기에 서장훈 정형돈을 비롯한 MC들은 “그 정도면 소송감 아닙니까”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강인준 군 역시 “동생에 대한 댓글은 아빠께도 고소해달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하지만 강인준 군은 “아빠는 우리는 이제 연예인이나 마찬가지이니 감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이해는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유자식상팔자’에서 보여준 강인준 군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한창 자라야할 나이, 흔히들 사춘기라 부르는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어린 막내동생을 엄마처럼 돌보는 모습은 어른스러웠다. 공부하느라 정신없는 형, 항상 바쁜 아빠를 대신해 막내동생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돌본 각별함이 있기에 열 살 차이의 동생을 향한 험한 글을 다시 입밖에 내자 그간의 상처는 더 크게 돌아왔다.

익명을 무기 삼은 댓글 폭력은 연예계에선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얼굴이 알려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노출되면 삽시간에 이유없는 악의들이 고개를 든다. 전 국민이 다 아는 비극적인 가정사의 주인공이 된 고(故) 최진실의 자녀들도 마찬가지였다. 댓글의 무게에 짓눌려 살던 엄마처럼 최진실의 딸 최준희 역시 “들으면 안 되는 말들을 너무 많이 들어 힘들었다”고 했다. “엄마도 그 댓글들을 참기 힘들어서 그런 건데 나도 그러니 너무 속상하다”는 것이다. 준희 양은 이제 겨우 열세 살이다.

사례가 잦아지다 보니, 익명에 기대 활개를 친 악플러들을 향한 연예인들의 대응도 최근엔 보다 적극적인 형태로 변했다. 아무리 자정작용을 강조해도 역지사지의 자세와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악플러들은 여전히 도를 넘는 언어폭력을 행사한다. 눈 감아버리고 참는 것에 익숙했던 과거와 달리 연예인들은 법적조치를 비롯해 공개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대응하고 있다. 이유없이 던지는 돌에 이유없이 맞을 이유는 사실 없는 법이다.

배우 하연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남긴 글이 대표적이다. 지난 1일 하연수는 반복적으로 결혼하자는 댓글을 다는 네티즌에게 “불쾌합니다. 제가 정말 이런 농담을 싫어합니다. 의도한 바가 그저 농담이라도, 매번 똑같은 내용으로 결혼하자고 쓰시고는..”이라며 “항상 소름돋을 정도로 똑같은 덧글이기에 기억합니다. 늘 같은 내용과 같은 이모티콘.. 저는 신경정신과적으로 조금 문제가 있으신 분인가 했습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올리는 게시물마다 결혼 결혼하며 덧글다시는 행동이 너무 지나치신 것 같네요. 미래의 진짜 부인되실 분을 생각한다면 이건 부끄러운 행동이지 않나요? 몇 살이신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라는 것을 뱉으시기 이전에 상대방 기분도 생각 바랍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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