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삼성물산 주총결의금지 가처분신청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반대 중간배당 위한 정관수정 요구 수익극대화 노리고 소송 불사 주가 올린뒤 치고빠지기 예사
국내 대기업이 또다시 글로벌 헤지펀드에 휘청거리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개편의 일환으로 추진되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경영참여 선언과 주주제안,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 등으로 표대결과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관련기사 21면 투자은행(IB)업계 일각에서는 지난 2003년 ‘SK-소버린 사태’가 재연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0일 IB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반대를 외치며 경영 참여를 선언한 엘리엇은 삼성물산에 주총 결의로도 중간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정관을 수정해달라는 주주제안서를 보낸데 이어 다음달 17일로 예정된 삼성물산 주주총회에 합병 경의안이 처리되지 못하도록 해달라며 주총 결의금지 가청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IB업계는 주총 결의에 의한 중간 배당 결정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황당한 요구라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도 중간배당 뿐만 아니라 결산배당도 이사회에서 결의토록 하는 분위기”라며 “주총을 통해 중간배당을 진행할 경우 주주들이 회사 재무상태에 관계없이 무리한 거액의 배당을 요구할 수 있는 폐해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엘리엇이 소송전에 돌입하면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은 표대결에 이어 법정공방 등 장기화 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관심은 엘리엇의 ‘노림수’로 쏠린다. 그동안 엘리엇 펀드는 주주행동주의와 연대해 기업 자산가치를 극대화하는 헤지펀드 행동주의의 대표주자로 꼽혔다.
그러나 최근 삼성을 겨냥한 엘리엇의 공격은 수익 극대화를 위한 전형적인 헤지펀드 투자자의 성향을 드러낸 경우로 볼 수 있다.
‘5% 룰’을 피해 4.95%를 보유하고 있다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발표 이후 전격적으로 지분을 확대한 점이나 곧바로 합병 반대를 선언하고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주주들에게 합병 반대 대열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것이 그렇다. 특히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삼성SDI와 삼성화재 등 삼성 계열사들에까지 합병에 반대할 것을 요구한 것은 베일에 가려있는 노림수를 관철하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해석된다.
유사한 사례도 있다. 2004년 3월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가 삼성물산 지분 5%를 확보한 뒤 무리한 경영 간섭을 하다가 주가가 오르자 그해 12월 지분을 팔아 시세차익으로만 280억원을 챙겼다. 대신 헤르메스가 삼성물산 지분을 팔고 나간 후 주가가 떨어져 비싼 가격에 산 개인투자자만 손해를 봤다. 또 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이 지난 2003년 SK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SK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경영권 탈취 시도를 하다가 결국 1조원 가까운 차익을 올리고 한국을 떠났다. ‘먹튀’ 헤지펀드가 떠난 뒤에는 국내 기업은 멍들고, 개인투자자들은 손실만 안았다.
박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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