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ㆍ한희라 기자]A카드사에 따르면 지난 주말(6~7일) 신용카드 승인금액은 전주 말 대비 16% 가량 줄었다.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심에 소비활동이 뚝 멈췄다는 것이다. A카드사 관계자는 “메르스 파장이 커지면서 신용카드 사용금액이 현저하게 줄었다”며 “월말로 갈수록 취급액이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달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적게는 10%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군불을 지피던 경제가 ‘메르스 포비아’에 발목이 잡혀 다시 ‘넉다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메르스 파장 이후 소비심리 위축이 정부의 어수룩한 대응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메르스 발병 직후 정부의 잘못된 판단과 대응이 메르스에 대한 공포심을 확산시켰고, 이같은 불필요한 우려감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한 경제 전문가는 “경제는 심리에 따라 움직이는데 최근 (메르스 확산으로 인한 경제 타격) 우려감은 불필요한 우려와 괴담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며 “(메르스) 초기 정부의 정보 비공개 스탠스와 잘못된 대응이 화를 자초했고, 이로 인한 피해는 생각보다 크다”고 말했다.

‘루머의 경제학’의 늪에 빠졌다는 애기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고든 앨포트와 레오 포스트맨이 만든 루머의 공식에 따르면 루머(Rumour)의 강도는 정보의 중요성(importance)과 상황의 불확실성(ambiguity)의 곱에 비례(R=i×a)한다. 루머의 강도를 최소화해 경제 파장을 줄이려면 사안의 중요성(importance)을 감소시키던지 불확실성(ambiguity)을 줄여야 하는데, 사망자와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대로 된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루머가 오히려 증폭됐고,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그만큼 커졌다는 것이다.

루머를 최소화해 경제 파장을 줄이려면 사안의 중요성(importance)을 감소시키던지 불확실성(ambiguity)을 줄여야 하는데, 사망자와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대로 된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루머가 오히려 증폭됐고,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그만큼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 이같은 우려감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B카드사의 경우에도 이달 들어(7일 기준) 신용카드 승인금액이 11.1% 줄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매출 역시 같은 기간 지난해 같은 요일에 비해 전점 매출이 9.8% 감소했으며, 메르스 주요 발생지역인 동탄점과 평택점 매출은 각각 21.5%, 19.7% 줄어 메르스 파장 이후 소비심리 위축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메르스가 진정되더라도 한국경제에 미치는 폐해가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메르스 파장이 3차 국면(지역사회 감염 등)으로까지 번지지 않더라도 최소 1분기 정도까지는 경제심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내놓고 있다. 불확실성으로 경제심리가 위축되면서 소비심리가 떨어지고,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이 둔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이번 메르스 사태도 철저하게 대응해야겠지만 과도한 불안 심리로 과도하게 경제가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도 이같은 우려감에서 비롯됐다.

또 다른 경제 전문가는 이와 관련 “메르스 확산세가 진정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정도가 적더라도 보이지 않는 무형의 피해는 엄청나다”며 “불필요한 우려 확산으로 예비비 사용 등 예기치 않은 비용이 발생했을 뿐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감은 향후 경제심리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책임연구원과 조영무 연구위원도 8일 내놓은 ‘메르스 확산으로 인한 경기 둔화 리스크 방역도 시급’이라는 보고서에서 “메르스 사태는 2분기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며, 하반기 이후에도 부정적 영향이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


hanimom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