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는다” 당초 취지 불구 전셋값 오르고 분양시장도 호황 시프트 전세 인상은 5~10% 제한 SH공사 부채비율 높아져 골머리
최근 서울 전역에서 집값 급등 현상이 나타나면서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슬로건 하에 다량 공급됐던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의 기본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
서울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전세주택을 다량 공급하면 집값이 안정될 거라는 기대감 속에 공급돼 왔으나 지난 수년간 전셋값 급등에 이어 올들어 서울 집값이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오르면서 시프트의 기본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는 것이다.
시프트는 서울시가 지난 2007년 첫 공급에 나설 때만 해도 서울 집값이 더 이상 뛸 수 없게끔 하는 획기적 제도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약 8년여의 부동산 침체기를 겪으며 전셋값 급등이 이어지고, 최근 정부의 각종 부동산 활성화 정책이 올해 아파트 분양시장 호황으로 이어지면서 시프트의 기본 취지가 불가피하게 희석되고 있는 모습이다.
시프트는 주변 전세시세의 70~80% 수준에 최장 20년간 전세로 거주할 수 있는 중산층과 실수요자를 위한 신개념 주택이다. 시프트에 당첨되면 일반 분양자들과 동일한 품질로 설계 및 마감된 신축 아파트에 소유 여부를 밝히지 않고 시세보다 저렴하게 장기간 함께 거주할 수 있어 호평이 줄을 이었다. 급기야 시프트에 당첨되면 ‘로또 전세’에 당첨됐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시프트가 공급된 지난 8년여 동안 경기침체와 부동산 불황으로 집값은 정체된 반면 서울 전셋값이 크게 뛰면서 이미 시프트 공급 실무를 담당하는 SH공사는 골머리를 앓아온 터다.
서울 전세시세가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이상 폭등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시프트 전세시세는 5%(전용면적 60㎡ 이하)나 10%(전용면적 84㎡ 이상, 주변 전세시세 대비 현실화율이 50% 이하일 경우) 등 소폭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 이로 인해 SH공사는 부채비율마저 날로 커져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또 올해 서울 집값이 신규 공급 아파트 위주로 크게 뛰면서 ‘집은 더 이상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던 시프트의 기본 취지마저 의미가 없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변 시세의 70~80% 수준에 공급되는 시프트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는 주범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전셋값 폭등에 이어 매매가마저 상승세인 현재 공급자인 SH공사가 화수분처럼 시프트를 공급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SH공사 스스로도 부채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시프트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했다.
SH공사에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SH공사 고위 관계자는 “현재 구조로 계속 간다면 시프트는 물론, 시프트 공급자인 SH공사의 부실이 더욱 깊어지게 된다”며 “하루 빨리 시프트 정책에 대한 재고와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시프트는 2007년 2016가구 공급을 시작으로 2625가구(2008년), 3243가구(2009년), 7367가구(2010년), 3529가구(2011년), 837가구(2012년), 6066가구(2013년), 811가구(2014년) 등 작년 기준 총 2만6494가구가 공급됐다. SH공사가 자체 건설한 시프트는 2만4657가구,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해 시프트로 전환한 물량은 1837가구에 이른다.
김수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