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인한 경제 파장이 심화하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이제 추경이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시기와 규모 그리고 편성 내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이달말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추가 경기보완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혀 빠르면 이달말 추경안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규모는 올해의 세수 부족예상액 6조~7조원을 보전하는 세입추경 7조원과 실질적인 경제활성화를 위한 세출추경 8조~10조원을 포함해 적어도 15조원 이상이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떨어지는 사회간접자본(SOC) 분야보다는 청년실업 해소와 자영업ㆍ중소기업 등 취약계층 지원, 창업 활성화 등 장기 성장기반 구축에 추경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정지출 확대의 효과는 일시적이다. 이것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기업의 투자 및 가계의 소비가 동반돼야 한다. 재정이 일시적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투자와 소비가 따라주지 않으면 ‘반짝 효과’에 그치고 말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경제불안을 달래기 위해 2분기 이후 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한때 경제가 회복되는 듯했지만, 기업들의 투자가 동반되지 않으면서 경기가 급랭했다. 전기대비 성장률이 3분기 0.8%에서 4분기에 0.3%로 급락한 것이다. 재정의 ‘나홀로 경기부양’ 약발이 떨어지자 잠복해 있던 불안심리가 표면화하며 상황이 더 악화됐다.
현재 상황도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좋지 않다. 향후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며, 이 어려움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기업들은 선진국의 수요둔화와 중국의 산업정책 변화 및 중국 기업들의 맹렬한 추격으로 수출환경이 악화돼 투자를 망설이고 있고, 가계는 1100조원이 넘는 눈덩이 부채와 노후불안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추경을 편성하더라도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하지 못하면 재정은 일회성 현금투입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오히려 취약한 재정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장기적으로 재정의 역할에 대한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 일본도 20년 전 재정을 찔끔찔끔 투입하고, 소비촉진을 위해 국민들에게 상품권을 지급하기도 했지만, 침체경기를 돌려놓지는 못했다.
기업이든 가계든 가장 큰 경제적 위험은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추경보다 더 중요한 이유다. 메르스 퇴치를 위해선 보건 당국에 대한 신뢰회복이 필수적이듯이 경기회복을 위해서도 경제 당국과 정책에 대한 신뢰가 필요한 것이다.
추경이 경기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하려면 이를 고려해 편성해야 한다. 특히 단기적인 경기부양은 물론 성장기반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한 곳에 ‘맞춤형’ 방식으로 적기에 투입돼야 한다.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최경환 경제팀에게 맡겨진 최대의 숙제다.
이해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