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발병지 평택, 市場 민심…지인 전화 걸어 “다니지 말라고” 소독차 수시로 하얀연기 내뿜고…메르스 이후 매출 60~70% 급감 단골손님 보고 어쩔수없이 문열어
“가끔 지인들이 전화해서 ‘몸 괜찮냐’ 묻고는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말고, 오지도 말라고 해요. 평택에서 산다고, 다 환자는 아닌데, 오도가도 못하게 하는 게….”
경기도 평택시 서정리시장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하는 김 모씨는 애써 분노를 삼켰다.
그는 평택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최초 진원지로 알려지면서 손님들의 발길은 ‘뚝’ 끊겼고, 다른 지역에서는 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들이 ‘질병자’ 취급을 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문을 닫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더 앞선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 씨가 말하는 사이 소독차가 하얀 연기를 내뿜고 지나갔다. 이틀에 두, 세 번 꼴로 돌아다닌다고 하는데 방역 소리가 평소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평택 서정리시장 상인들은 평상시대로 문을 열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메르스 사태 발생 후 매출이 60~70% 가량 떨어졌지만 그래도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있고, 사람들이 경계를 하든 말든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사람들이 불안해할 까봐 마스크도 쓰지 않았다. 한 과일가게 상인은 “손님들이랑 흥정을 해야 하는데 마스크를 쓰고 얘기하면 답답해 한다”며 “혹시 몰라 가끔 소금으로 입을 헹구고 나올 때도 있다”고 말했다.
먹거리를 파는 상가는 걱정이 더 컸다. 떡집은 평소보다 떡을 반절도 안 했는데 이마저도 팔릴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김밥, 떡볶이를 파는 곳도 절반가량 덜 만들었는데 오늘 내 팔지 못 하면 전부 버려야 할 판이다. 최근 상황을 감안해 양을 맞춘다고는 하지만 버리는 것이 더 많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잡화를 파는 안 모씨는 네 살 박이 아들을 안은 채 손님을 받고 있었다. 옆에는 여섯 살, 아홉 살 된 아이들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었다. 안 씨는 “어린이집, 초등학교 다 휴교를 해 아이들을 맡길 데가 없다. 아이들 엄마는 볼 일 있어 나가고 집에 그냥 둘 수가 없어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대학생들도 갈 데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학교가 휴강을 하면서 기말고사 대신 과제를 내 줬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양에서 왔다는 정 모씨는 “과제를 팀 프로젝트로 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나왔다”며 “외지에서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은 휴강 후 평택으로 잘 안 오려 한다”고 전했다.
지난 11일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이 시장을 방문했을 때에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일부 상인들이 고함을 치기도 했다.
한 상인은 “(메르스 때문에)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 여기 온 사람들 다 메르스 검사는 받고 왔냐”며 “시장에 올 시간 있으면 메르스나 빨리 잡아 속 좀 편하게 살게 해 달라”고 외쳤다.
이들은 정치인이나 관료들의 일회성 방문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하루빨리 메르스가 종식돼 소비가 되살아나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평택 서정리시장 상인들을 비롯해 이곳 시민들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외지인들이 평택 시민들을 마치 ‘질병자’인 것처럼 다루는 등 그릇된 이미지를 만들어 이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메르스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정상을 비정상으로 왜곡하면서 생긴 불안 심리로 오가는 사람들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12일 5일장이 열리는 날’ 서정리시장에 걸린 현수막이 힘없이 외롭게 펄럭이고 있었다.
평택=원승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