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메르스(MERS) 확진 환자 접촉으로 인한 자가격리자가 3000여명을 넘어서며, 정부는 지난 10일 이들의 생계 등을 위한 여러가지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질병 및 갑작스런 사고 등 건강에 이상이 생겨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격리된 환자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어 여전히 고통을 받고 있다. 생필품 지급과 별개로 이들이 격는 또 다른 문제인 셈이다. 이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실제 골절상을 입고 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지난 7일부터 자가격리 중인 A(54ㆍ여) 씨는 며칠 새 통증이 더 심해지며 담당 구청 직원에게 연락을 했다. 그러나 구청 직원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았다. 이 직원은 A 씨에게 “일전에 방문했던 대학병원 측에 연락하라”고 조언했고, A 씨는 다시 대학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대학병원 관계자는 A 씨에게 “장갑과 마스크를 끼고 자가용을 이용해 병원으로 오면 자가격리자들을 위한 예진실로 안내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이를 거부했다. 그는 “아무리 소독을 했다곤 하지만 괜히 메르스 자가격리자들이 오가는 곳에 갔다가 ‘진짜’ 메르스라도 걸리면 어떻게 되는 거냐”면서 “더욱이 내가 메르스 환자일 수도 있는데 주변에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구청 보건소 메르스 핫라인에 문의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당초 구청 측은 A 씨에게 “복용 약 등이 필요할 시엔 메르스 핫라인을 통해 요청하라”고 안내한 바 있지만, A 씨의 경우처럼 골절상을 입었을 땐 뾰족한 수가 없었다.
결국 A 씨는 핫라인 관계자에게 “대학병원에서 CT를 한 번 더 확인하고 이상이 있으면 전해달라”면서 추가 진통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튿날 오전까지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대전에 사는 또 다른 자가격리자 B 씨도 다리가 다쳐 통원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병원에 갈 수 없단 말에 혼자 소독을 하고 붕대를 감아야만 했다.
지병으로 약을 꾸준하게 복용해야만 하는 경우엔 더욱 난감하다. 자칫 약이라도 떨어지면 당장 해결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자가격리자들의 고충은 또 있다. 환자가 아닌 환자 보호자들 중 일부는 자신이 격리를 당한 상황에서 환자가 사망하며 장례식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일을 겪기도 한다.
실제 경북에 사는 권모(59ㆍ여) 씨는 지난달 27일 간암 환자인 남편과 함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자택에 격리됐다. 그 사이 남편의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고 끝내 지난 9일 숨을 거뒀다. 권 씨는 마스크와 고글, 장갑 등을 착용한 뒤에야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권 씨의 장남도 자가격리 대상자로 분류돼, 장례 준비도 차남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메르스 환자와 격리자에게 긴급생계자금을 지원하고 관광ㆍ숙박 등 메르스 피해 업종에 4000억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긴급생계자금의 경우 우선 한 달치로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4인 가구 기준 110만원이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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