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확진 환자와 접촉한 자가(自家)격리 대상자가 2350여명이 넘었지만, 사실상 자가격리자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매뉴얼이 전무하단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감시와 지원 모두 허술해 자가격리자의 ‘이탈’을 유발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자가격리 대상자에 대한 파악마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 사실상 대상자의 ‘시민정신’에 기댈수 밖에 없는 지경이다.
9일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자가격리 대상자 A(57ㆍ여) 씨가 자택을 벗어나 보건당국과 연락이 두절되는 일이 벌어졌다.
관할 보건소와 경찰 확인 결과 A 씨는 집에서 5㎞ 떨어진 지인의 집에 있었다.
같은 날에도 또 다른 자가격리 대상자 B(55) 씨가 대전에서 천안으로 이동하다가 되돌아오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처럼 격리 대상자가 거리를 활보해도 현실적으로 이들의 외출을 막을 실효적인 ‘매뉴얼’이 방법이 없다는 점에 있다.
보건당국이 자가격리 대상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곤 있지만 하루 두 번의 전화가 끝이다.
자가격리자가 자택을 벗어나거나, 다른 가족들이 격리자와 접촉 후 외부 활동을 해도 알 길이 없다.
당국은 격리자가 집을 나설 시 경찰ㆍ통신사와의 협조를 통해 위치 추적 등을 실시한다고 했지만, 집에 휴대전화를 놓고 외출 하는 경우 소재 파악은 사실상 어렵다.
하루아침에 ‘감금’신세에 놓이게 된 격리 대상자에 대한 지원체계도 허술하다.
마스크, 손 소독제, 가구용 살균소독제 등은 지급받지만, 식료품과 같은 생필품은 알아서 조달해야만 한다.
자가격리자가 1인 가족이거나 가족 전체일 경우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것이다.
지병을 앓고 있는 격리자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약을 받기 위해선 담당 구청 직원이 아닌 보건소 내 ‘메르스 핫라인’에 별도로 문의해야 한다.
직장인에 대한 배려도 없다. 장시간 출근이 불가능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상황에도 “어쩔수 없다. 휴가라고 생각하라”는 말뿐이다.
매뉴얼도 없고 지원체계도 미흡하다보니 자가 격리자들은 불편함을 호소하며 외출의 유혹을 느낄수밖에 없다.
메르스 1차 양성반응자가 스스로 병원 격리 시설을 찾아가는 사례가 빚어진 것도 이래서다.
그럼에도 당국이 되풀이하는 것은 ‘시민 정신’ 뿐이다. 지난 7일부터 자가격리 생활에 들어간 본지 기자를 담당하는 구청 직원은 “시민 정신이 필요한 때”라며 “격리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믿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rim@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