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최근 화제를 일으켰던 페이스북의 동영상 하나. 혼자 식사를 하는 이들을 위한 중화요리집(중국집)이 하나 있다. 하나 둘씩 혼자 밥 먹으러 온 사람들이 들어온다. 칸막이로 된 자리, 여기서 자장면 등 중화요리를 먹는다. 갑자기 머리 위 쪽에서 메시지가 하나 뜬다. 맛있으면 좋아요를 눌러달라고. 왼쪽 벽에 있는 버튼 좋아요를 누르면 갑자기 앞 벽이 스르르 올라가면서, 커튼이 올라가듯 앞이 트이고, 앞 자리엔 역시 혼자 밥먹으러 온 사람이 앉아 있다. 둘은 깜짝 놀란다. 재수가 좋아 혼자 밥 먹으러 온 남성의 앞엔 여성이 나타날 수 있다. 둘은 멋쩍어 하지만 금세 웃고, 어떤 남성은 앞으로 돌아가 여성 옆에 서서 핸드폰 전화번호를 수거(?)한다. 재수가 좋지 않은 이도 웃기는 마찬가지다. 남성 앞에 또다른 남성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냥 재미있다는 듯 웃어버리면 그만이다.
1인가구 급증이 만들어낸 웃기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슬프기도 한 새 풍경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정작 ‘나홀로 식사족(族)’은 비참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은 어느새 많은 이들의 일상이 됐다. 혼자 밥 먹는 것은 좀 불편하고 다소 궁상맞아 보인다고 남들은 생각할지 모르지만, “언제 한번 밥 같이 먹자”는 사회생활에서의 공언(空言)을 이들은 이해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니, 이해할 수도 없다. 혼자 식사하는 것이 어느새 이들에겐 익숙하게 됐기 때문이다.
▶“혼자 밥먹는 거요? 전혀 창피하지 않아요”=대기업 디자인 개발업무를 맡고 있는 김정아(45ㆍ여) 씨. 그에겐 어쩌다 한번씩 걸려오는 부모님 전화가 스트레스였다. 매번 하는 말은 똑같았다. “이제 결혼 좀 하지 그러니? 좋은 사람 없니?”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쏙 들어갔다. “포기하신 거죠. 다만 잘 먹고 다니라는 말씀은 하세요.”
김 씨는 독신주의자다. 원래 독신주의자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됐다. 결혼해서 아이 뒷바라지에, 남편 뒷바라지에 정신 없는 친구들을 보면서 결혼할 맘이 싹 사라졌다고 한다. 업무 자체가 정신없이 바쁜 탓도 있지만, 결혼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 김 씨에겐 남자 친구는 있다. 그 친구 역시 결혼 보다는 연애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다.
김 씨는 다만 당당한 나홀로족(族)을 표방한다. 남자 친구와 가끔 밥도 먹지만, 대부분 혼자 먹는다. 아침에는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조리도 해봤지만, 시간이 없어 편의점에 가서 도시락으로 해결하곤 한다. 하지만 저녁은 아니다. 근처 퓨전식 일본식당에 그는 자주 간다.
“예전에는 혼자 우동을 먹더라도 주위에서 흘깃흘깃 봤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저 외에도 혼자 먹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우동 등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것만은 아니다. 일주일에 한번 쯤은 특초밥에 비싼 정식을 시켜 거하게(?) 식사를 하기도 한다.
“혼자 밥먹는게 처량해 보인다고요? 절대 아닙니다. 그렇게 볼 필요 없어요. 전 정말 괜찮아요. 혼자가 익숙하거든요.”
중소기업 부장인 차영민(43ㆍ남) 씨 역시 그렇다. 미혼인 차 씨에겐 단골 식당이 있다. 프랑스 레스토랑이다. 많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혼자 가끔씩 간다. 동네 큰길이 내려다보이는 좌석이 그의 애용 자리다. 얼마전엔 그 레스토랑에서 자랑하는 달팽이 요리를 먹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인증도 남겼다. 페북에 올렸더니 지인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와, 럭셔리 하네. 부럽당~” 등의 글이 쏟아졌다.
그 역시 당당한 나홀로족을 추구한다. “페북에도 혼자 먹는 레시피라고 올렸어요. 처량하게 보는 친구요? 별로 없습니다. 저에겐 혼자 식사하는 게 일종의 ‘나만의 힐링’이거든요. 내 자신에 뭔가 정성을 다하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친구들요? 당연히 친구들과도 자주 식사를 하죠. 전 외톨이는 아니랍니다.”
▶소비 여력이 큰 1인가구에 주목=김 씨와 차 씨의 경우처럼 ‘혼자만의 힐링, 혼자만의 공간’을 갖는 게 별로 이상하지 않은 게 현실이 되고 있다.
1인가구의 급증이 만들어낸 새로운 문화다. 실제 ‘혼자 사는 사람’은 무섭게 늘어나고 있다. 아마, 몇년 후면 식당 칸 대부분 혼자서 밥을 먹는 풍경도 낯설어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유통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늦어지는 결혼 연령과 결혼 기피로 인한 미혼 증가, 인구 고령화 등으로 1인가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소비 문화에 이처럼 엄청난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1인가구와 2인가구의 비중은 각각 27% 씩으로 전체의 54%에 달한다. 특히 1인가구 비율은 2020년에는 최대 29.6%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1인가구는 2011년 436만명에서 올해 506만명으로 5년 새 14%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 1인가구 급증 현상은 폭발적이다. 서울지역 1인 가구 비율은 지난해 처음으로 40%를 돌파했다. 서울지역 3가구 중 1가구는 나홀로족인 것이다. 경기도 내 1인가구는 2011년 83만명에서 올해 99만명으로 19%나 증가했다.
이러다보니 유통 문화는 1인가구를 집중 타겟으로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들이 갖고 있는 소비 잠재력 때문이다.
삼성증권과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소득 대비 소비성향은 80.3%였다. 2인(70.2%), 3인(69.9%), 4인(76.0%), 5인이상(75.7%) 등 2인이상 가구보다 훨씬 소비력이 높은 것이다. 혼자 살기에 소비 여력이 크고, 그것이 실질적으로 데이터로 입증되면서 1인가구의 소비 행태에 유통업계나 여행레저업계, 문화업계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1인가구가 탄생시킨 신(新)유통 문화=최근 커피전문점 드롭탑은 1인용 컵빙수 ‘고고씽 아이스탑’을 출시했다. 빙수는 통상적으로 자리에 쭉 둘러앉아 숟가락을 뜨고 같이 먹는 전형적인 상품이다. 왜 드롭탑은 1인용 컵빙수를 만들었을까. 답은 명확하다. 최근 혼자서 빙수를 즐기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어쩔 수 없이 혼자 먹을 수 밖에 없는 이들도 있지만, 나홀로 식사족이 늘어나면서 ‘혼자 즐기는’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에 이같은 상품이 나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 드롭탑 한지영 마케팅본부장은 “일반적으로 빙수는 여러 명이 함께 나눠먹는 디저트로 인식돼 있지만 최근에는 혼자서도 빙수를 즐기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해 사이즈를 세분화해 출시하게 됐다”고 했다.
편의점에서 도시락 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1인가구가 늘면서 혼자 편의점을 찾고, 도시락을 구입하는 이들이 많다보니 도시락도 명품화 되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이들을 뜻하는 ‘편도족’이라는 말도 요즘은 유행하고 있다.
광화문 근처 직장에 다니는 서종민(37ㆍ남) 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회사에 가기전 들르는 곳이 있다. 세븐일레븐이다. 거기서 도시락을 사 회사로 간다. 회사 휴게실에서 도시락을 흡수(?)한 후 업무를 보는 것이 일상사가 됐다. 서 씨는 “요즘 도시락 잘 나와요. 엄마의 손맛이 느껴지는 도시락도 있어요”라고 했다.
실제 편의점 도시락의 내용물도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삼각김밥 같은 김밥류가 편의점 간편식의 대명사였다면 앞으로는 1인 가구가 증가로 밥과 반찬을 갖춘 도시락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며, 이런 정성이 들어간 도시락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1인용 소포장 간편제품 소비 역시 증가세다. 백화점에서는 굴비, 한우, 전통장, 와인 등을 소량 포장한 1인 가구 맞춤형 소용량 상품(바이 스몰 셋트)을 내놓고 싱글족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처럼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일본의 유통, 레저문화를 빼닮아가고 있다는 걱정 반 의견이 공감을 얻기도 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에 가면 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혼자 식사를 해결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 풍경이 한국에서도 전혀 낯설지 않게 됐다”며 “일본식 장기형 불황이 가져온 이런 모양새가 우리 주변에서도 익숙하게 된 것은 사실이며, 1인가구 증가세가 계속되는 한 문화 자체가 1인가구 쪽에 영향을 받는 쪽으로 변모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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