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최근 몇년간 ‘유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들의 씀씀이는 되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가제품이라도 유행에 민감한 20~30대 이른바 바링허우(80後ㆍ1980년 이후 출생 세대)의 급증과 엔저의 영향으로 과거 명품류를 선호하던 유커가 상대적으로 화장품ㆍ패션상품을 주로 장바구니에 담으면서 이들의 국내 백화점 1인당 구매액은 감소하고 있다. 유커들의 씀씀이가 줄면서 유통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파워블로거를 초청하는 등 백화점업계는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짜내며 고군분투중이다. ▶명품ㆍ패션서 화장품으로…유커 대이동 21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서울 소공동 본점을 찾은 유커의 구매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2% 늘었다. 전체 수치로만 보면 유커들의 씀씀이는 줄어들고 있지 않고 여전히 ‘큰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1인당 구매액을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같은 기간 유커 1인당 구매액은 약 58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5만원보다 11% 적을뿐 아니라 2013년 90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36%나 줄어든 것이다.
롯데면세점 소공점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1분기 유커 매출은 작년보다 50%정도 늘어싸. 하지만 1인당 구매액을 살펴보면 2013년과 2014년 평균 90만원보다 11%가 적은 80만원에 그쳤다. 이를 다시 풀어보면 고가의 제품보다는 저가제품을 더 많이 사간다는 얘기다. 예전 ‘큰 손’ 유커는 사라지고 있다.
실제 롯데면세점의 올해 1분기 유커들의 매출로 본 선호품목은 ▷화장품 ▷패션 ▷시계ㆍ보석 등의 순서로 집계됐다.
지난 2013년과 2014년 ‘패션-화장품-시계ㆍ보석’ 순으로 유커들의 구매가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처음으로 화장품이 유커 선호품목 1위에 올랐다.
롯데백화점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소공동 본점(영플라자 포함)에서 유커들이 가장 많이 산 브랜드로 중저가 패션 의류ㆍ화장품을 취급하는 ‘스타일난다’였다. 2~3위도 마찬가지로 각각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네이버 라인 관련 상품인 라인프렌즈로 명품ㆍ패션과 거리가 멀었다.
유커들의 1인당 구매액이 낮아지고 있는 현상을 ▷환율 변화에 따른 명품 고객 감소 ▷유커의 편균 연령하락 ▷개별 관광객 증가 등을 꼽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엔화 약세로 일본 현지 가격이 낮아져 고가 패션 제품의 매출 성장은 둔화되는 추세다”며 “중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산 화장품 인기는 더 높아져 유커 구매 품목 중 화장품 매출이 패션 매출을 올해 처음으로 앞질렀다”고 말했다. ▶씀씀이 작아지는 유커들…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을 방문하는 유커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3월 일본을 찾은 유커는 33만8200명으로 작년보다 84%나 늘었다. 지난 2월에도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35만 91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0% 늘어났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그들의 씀씀이는 더 커진 모양새다.
지난 춘제기간 1주일 동안 유커들이 일본에서 쇼핑하는데 뿌린 돈만 무려 1조700억원에 달했다. 한 홍콩 언론은 춘제기간 중국인 관광객이 일본에서 ‘컨테이너 쇼핑’을 했다고 보도했다.
한 유커가 춘제기간 가로 세로 1.5m 가량의 소형 컨테이너에 텔레비젼, 에어컨 각각 3대를 비롯해 오디오 몇세트, 냉장고와 주방용품, 양변기 그리고 공기청정기까지 ‘싹쓸이 쇼핑’을 했다고 한다.
이처럼 고가의 물건을 싹쓸이 하는 유커들로 인해 일본 유통업계는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고가 제품 싹쓸이로 인해 1인당 구매액도 작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커들이 한국에서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화장품류를 구매하고 일본에서는 냉장고 등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는 성향으로 바뀌고 있는 까닭은 뭘까.
업계에서는 “무리한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저가관광으로 인해 싸구려 이미지가 굳혀지지 않을까 걱정이다”며 “오로지 ‘한류’의 환상에 기대지 말고 관광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