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일명 ‘찌라시’의 모바일 버전인 ‘받은글’을 카카오톡과 메신저 등을 통해 주고받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체불명의 ‘아니면 말고 식’ 받은글은 기존 찌라시보다 유통 성격상 사실확인 없이 무분별하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무고한 피해자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발생한 서울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 총기사고 때에도 사건 직후 받은글이 사람들 사이에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훈련장에 있었던 예비군이라고 밝힌 글에는 “확성기로 ‘알라후 아크바르(Allāhu Akbar, 알라는 위대하다)’소리가 들리더니 마지막 총성이 울렸다”, “강남구 선착순 다섯명!을 외치더니 누워 있는 조원 4명을 쐈다”는 등의 내용이 적힌 받은글이 나돌았다.

또 받은글을 통해 총기 사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름, 나이, 주소지가 표기된 신상정보표 사진까지 유포됐다.

하지만 국방부 조사결과 이같은 받은글은 모두 사실무근으로 판명났다.

김원섭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받은글에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정보를 갖고 있다고 주목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반영돼 있다”며 “SNS 발달로 확인되지 않는 정보들이 유통되는데, 걸러지는 장치가 없어 사회 불신을 조장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상희 성균관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이슈가 터진 후 이에 관한 논점을 좁히려는 의도에서 받은글이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예비군 총기사고 때도 거기 있었던 사람이라며 경험담을 늘어놓는 듯한 글은 예비군 훈련의 문제점을 논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요즘 트위터나 페이스북 게시글을 보면 자신이 직접 쓴 글보다 남이 써 놓은 글을 ‘공유’하고 의견을 덧붙이는 형식이 우세해지고 있다”면서 “받은글도 비슷하게 남의 글을 ‘퍼나르기’하면서 자기 의견을 조금씩 첨가하는 식으로 유통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찌라시로 알려진 정보지는 일본어 ‘치라시(ちらし)’에서 비롯된 말로, ‘어지름, 흩뜨려 놓음’이라는 뜻이다.

찌라시는 크게 둘로 나뉘는데 정기간행물로 등록해 돈을 지불한 이들에게 인쇄물이나 문서파일 형태로 제공하는 사설정보지와 받은글이란 제목을 달고 카카오톡 등으로 나도는 토막글이다.

사설정보지는 정치권·증권가·기업 등에서 유료로 구매하는 NEO뉴스, CEO리포트 등의 보고서 형태다.

SNS와 메신저로 유통되는 받은글은 ‘~하더라’ ‘알려졌다’ ‘전해졌다’로 문장이 종결되는 경우가 많으며, 사실인지 아닌지 어질러 놓는 속성이 찌라시의 말뜻과 일맥상통한다.

1990년대 무렵부터 정보지 회사들이 각 분야의 ‘정보맨’들을 섭외해 ‘정보회의’를 열고 이를 취합해 유통한 것이 요즘 찌라시의 원형이다.

인터넷 발달 후에는 개인들도 찌라시에 접근이 가능하고, 곧이어 SNS 시대가 도래해 직접 정보를 첨가하거나 새로 만들어 퍼뜨릴 수도 있게 됐다. 그러나 정보의 질은 떨어졌다는 평가다.

그동안 연예계에서 정치권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찌라시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배우 최진실씨의 죽음에 대해서는 최씨가 사채업을 했다는 내용의 찌라시가 자살 동기로 지목됐다.

지난 2013년에는 ‘성매매 연예인 리스트’가 실명으로 돌아 많은 여성 연예인들이 활동을 중단하거나 유포자를 고소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에 ‘타살설’을 제기하거나, 지난해 세월호 사고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의 행적을 추측한 찌라시도 광범위하게 유통돼 논란이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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