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국가정보원이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이은 북한 군부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지난 4월30일께 숙청됐다고 밝힌 지 20여일이나 지났지만 숙청 자체를 포함해 풀리지 않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현영철의 처형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정원은 현영철이 비밀리에 숙청됐다면서도 수백명의 고위 군 간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사총으로 총살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첩보’라고 선을 그었다.
국정원은 현영철의 처형을 단정 짓지 않은데 대해 북한의 공식발표가 없었다는 점과 현영철 숙청 이후 방영되는 김정은 기록영화에 현영철의 모습이 삭제되지 않은 채 계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영철의 숙청은 역시 핵심고위간부였던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이나 리영호 전 총참모장이 노동당 정치국 회의 해임 결정과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 등을 거친 것과 달리 소리소문없이 진행됐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이다.
현영철이 숙청됐다고 알려진 이후에도 그의 모습이 거의 매일같이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계속 등장하고, 그의 이름도 여전히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 홈페이지에서 검색이 가능하다.
국정원이 숙청됐다고 공개한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 역시 북한 매체 홈페이지에서 검색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17일 “이는 숙청된 인물에 대해서는 물리적으로 제거할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기록까지도 완벽하게 삭제해온 북한의 철저한 숙청 관행에 비춰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반대세력을 완전히 제거하고 무력화시키는 ‘숙청’과 과거 최룡해와 장성택 등 거의 모든 간부들이 경험했던 ‘혁명화’를 정보당국이 과연 제대로 구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정 실장은 또 현영철이 조선중앙TV 등에 계속 등장하는 것과 관련, “현영철이 김 제1위원장의 권위를 무시해 처형당했다면 그의 생전 모습을 TV에서 계속 보여주는 것 자체가 김 제1위원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언론매체를 통제하는 당 선전선동부 간부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의도적으로 남한 등 외부에 현영철 숙청을 둘러싼 혼선을 주기 위해 현영철이 등장하는 기록영화를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북소식통은 “며칠 동안 김 제1위원장의 2013년도 기록영화에서 현영철을 비롯한 국정원이 숙청했다고 발표한 마원춘 국방위 설계국장과 변인선 등이 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김 제1위원장 성격상 현영철을 실제로 죽였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북한이 현영철 숙청 내지 처형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지난달 29일 국정원이 김 제1위원장이 15명의 고위관리를 처형했다고 밝힌데 이어 다음날 외신을 통해 공채처형이 집행되는 위성사진이 공개되면서 인권문제가 부각될 데 따른 부담감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영철의 숙청 사유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국정원은 현영철이 김 제1위원장에게 불만을 표출했고 지시를 수차례 불이행 또는 태만한 상황에서 군 훈련일꾼대회에서 졸고 있는 불충스런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이라며 ‘반역죄’로 처형됐다는 첩보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북소식통은 “현영철이 2013년 총참모장을 하다 5군단장으로 좌천됐을 때 혼이 빠질 정도였다고 한다”며 “국정원에서 밝힌 것처럼 현영철이 김 제1위원장에게 불만을 표출할 만큼 간이 큰 인물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현영철의 숙청 사유와 관련해서는 이밖에 지난해 11월과 지난 4월 러시아를 방문해 군사협력 분야에서 딱히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편 북한은 현영철 숙청과 관련해 가타부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가 17일 ‘우리의 최고존엄을 훼손하는 악담질을 계속한다면 멸적의 불소나기를 면치 못할 것이다’는 긴 제목의 편집국 성명을 통해 현영철 숙청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않은 채 대남위협을 한 것이 전부다.
이와 관련, 우리민족끼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들먹이며 “‘공포정치’니 뭐니하고 우리를 악랄하게 헐뜯는가 하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여당 것들이 연일 ‘북체제 불안정’을 운운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최고존엄을 훼손하는 악담질을 계속한다면 멸적의 불소나기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신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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