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마을의 신앙물들은 그 입구에 세워진다. 그리하여 밖에서 들어오는 재앙을 막고 마을의 안팎을 구분해주는 역할을 한다. 장승은 그런 역할 이외에 절 입구에 세우기도 하고, 길가에 세워 이정표 역할도 하였다.
경남 고성탈박물관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장승이다.
4차선 국도변에 세운 표지판 곁에도, 박물관 입구에도, 옆 건물인 탈식당 입구에도 여러 개의 장승이 서 있다. 또한 박물관 뒤켠의 노천 놀이마당에도 수십 개의 장승들이 서로 다른 표정으로 서 있다. 이 박물관에서는 ‘장승한마당’이라 하여 장승축제를 기획하기도 하고, 청소년들을 위한 장승학교도 여는 등 유난히 장승에 정성을 쏟고 있다. 장승이 왜 만드는지 이유를 물어보니 이도열 관장은 “장승을 다듬는 동안 몸을 청결하게 하고,섭생을 조심하는 것은 자연의 힘을 전해 받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그 과정을 통하여 자신과 자연이 하나가 됨을 깨닫는 것이 더 큰 기쁨인 것이다. 장승은 서 있는 마을에 따라, 장승을 다듬은 사람의 마음에 따라 천만가지의 표정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대개는 그 지역 사람들로부터 오래도록 존경 받고 숭배의 대상이 되어 온 전설적인 장군이나 성인(聖人)들의 모습이 장승 얼굴 속에 감춰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장승을 보면 그 마을의 질병이나 걱정거리가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가 있는데, 그 장승을 만든 사람이 그 마을에서 태어나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곧 장승의 마음이 되는 것이다. 장승은 무섭기도 하고 익살스럽기도 하다. 슬프게 보면 매우 슬픈 얼굴이며, 기쁘게 보면 한없이 기쁜 얼굴이다. 마을의 수호신이니 만큼 인간과 친근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표정을 지니게 되었다. 한편 이러한 표정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탈이라 부르는 가면의 표정들과도 똑같다. ‘장승은 탈의 기원’이라는 주장이 학문적으로 입증되지 않았고 아직 연구된 바 없지만, 장승과 탈이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글, 사진 윤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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