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태평양 전쟁 A급 전범 용의자에서 일본총리를 지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가 손자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미 의회 연설로 ‘영웅‘ 대접을 받았다.
아베 총리는 29일(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열린 상ㆍ하원 합동연설에서 외조부인 기시 전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을 인용하는 걸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일본이 세계의 자유 국가와 협력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과 이상을 확신하기 때문”이라는 기시 전 총리의 1957년 미 의회 연설 내용을 소개하고서 손자인 자신이 같은 무대에 섰다고 강조했다. 그는 “돌아보건대 내가 진심으로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본이 올바른 길을 택한 것”이라며 “그 길은 연설 앞부분에 소개한 조부의 말에 있었던 대로 미국과 동맹이 돼 서방세계의 일원이 되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시 전 총리는 일본이 패전하고서 A급 전범 용의자로 복역했다가 1957년 총리를 맡아 미일 안전보장조약을 개정한 총리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번 의회 연설 전에도 과거 외조부의 미 하원 연설을 수차례 반복 청취하며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연설에선 측근 정치인인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전 총무상의 외조부, 구리바야시 다다미치(栗林忠道) 전 육군 대장도 거론했다. 2차 세계대전 말기에 미국을 상대로 작전을 벌인 육군대장으로, 이날 연설 현장에는 참전했던 로렌스 스노든 에비역 중장과 신도 전 총무상이 뜨거운 박수 속에 악수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역사의 기적”이라며 한껏 치켜올렸다. 치밀하게 연출된 장면으로 보인다.
과거 군국주의 일본을 상징하는 인물을 연설 전면에 앞세우면서 아베 총리의 미 의회연설은 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