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과 약수하는 이천수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과 약수하는 이천수 ⓒ인천 유나이티드

[ 헤럴드 H스포츠(인천)=최민솔기자 ] '10년만의 맞대결, 032더비 부활, 성공적' “이미 유명한 슈퍼매치나 동해안더비 외에도 재미있는 라이벌 구도의 시합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러한 라이벌 전을 통해 선수들도 더욱 긴장하고 팬들의 관심도 모아짐에 따라 (선수들의 실력이)늘기도 한다. 라이벌 구도의 활성화와 더불어 선수들이 좋은 경기 보여준다면, 국내 축구에도 분명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천수 선수가 지난 12일 경인더비를 치룬 뒤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2015하나은행FA컵 32강에서 지역 라이벌 인천과 부천이 만나게 되어 ‘032더비’ 10년만의 부활을 예고했다. 2005년 마지막 맞대결 이후 무려 10년만에 성사된 두 팀의 만남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리그 여덟 경기 동안 단 한 번도 승리가 없었던 인천은 부천을 상대로 첫 승을 거뒀다. 전반 4분 만에 터진 인천의 선제골에도 부천은 경기 마지막까지 저력을 보여줬다. 후반 초반에 쐐기 골을 넣은 인천 역시 끝까지 방심하거나 안일해지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부천의 최진한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골 결정력이나 선제 실점이 이른 시간에 나왔던 것은 분명히 아쉽다. 하지만 (부천의) 경기력은 만족스럽다. 인천이 우리를 상대로 많은 준비를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 10년만의 032더비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천수 선수가 언급했던 라이벌 팀 선수간의 팽팽한 긴장감과 좋은 경기력 면에서 032더비의 부활은 ‘성공적’이었다.

뜨거운 응원 ‘좋아요’, 낯 뜨거운 욕설 ‘싫어요’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준 두 팀 ⓒ인천 유나이티드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준 두 팀 ⓒ인천 유나이티드

경기 일정이 평일이라는 점에 궂은 날씨까지 더해져서 쏟아진 관심에 비해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지는 못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팀의 응원 열기는 그 어떤 라이벌전보다 뜨거웠다. 오히려 경기장이 비어 양 팀의 응원이 더 크게 울리는 듯 했다.

뜨거웠던 응원 공방은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을 미소 짓게 만들기 충분했다. 선수들이 입장도하기 전부터 부천과 인천의 팬들은 번갈아가며 각 팀의 응원가를 불렀다. 부천의 응원가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부르는 인천 팬들의 응원가, 인천의 구호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외치는 부천의 응원 구호는 귀엽게까지 느껴졌다. ‘032더비’의 부활을 알리는 흐뭇한 광경이었다.

경기 시작 4분 만에 인천의 선제골이 터졌고, 과연 라이벌 전답게 경기도 화끈했다. 하지만 경기 전에 흐뭇함을 선사했던 부천 원정 팬들 가운데 일부 팬들의 응원은 인천의 선제골 이후 주변 이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상대팀의 코너킥 상황에서 야유를 하는 것이야 당연한 모습이라 해도, 선수를 향해 지나친 욕설을 퍼부어댄 것.

전반 7분 인천 이성우의 코너킥 상황에서 일부 부천 팬들은 입에 담기 힘든 욕설들을 다른 구역의 관중들에게 들릴 만큼 큰 소리로 쏟아냈다. 듣기 부끄러운 욕설은 상대 선수가 공을 잡은 상황에서 뿐만이 아니었다. 나중에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자신들의 선수들의 프리킥 상황에서도 분노에 찬 욕설을 내뱉었다.

선수단과 팬들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라이벌 문화

아쉬웠던 관중 문화 ⓒ부천FC
아쉬웠던 관중 문화 ⓒ부천FC

올해 일본의 우라와 레즈가 수원 삼성을 상대로 한 2015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홈 경기에서 ‘JAPANESE ONLY(일본인 외 출입 금지)’라는 걸개를 걸어 세계 축구 팬들의 질타를 받은 적 있었다. 그에 맞서 수원 팬들은 더 자극적인 문구를 내걸지 않았다. 이후 수원 홈에서 치러진 우라와 레즈와의 경기에 팬들은 ‘Stadium for Football’, ‘Football Fan Only’ 와 같은 걸개를 걸어 성숙한 응원 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 이날 수원은 경기에도 이겼고 응원에서도 이겼다. 꼭 세고 거친 응원만이 ‘이기는 응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라이벌 구도를 성공적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데는 선수들이 얼마나 좋은 경기를 펼치느냐가 관건이다. 라이벌전의 묘미는 ‘너한테만은 지지 않으리라’하는 선수들의 치열한 접전에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대되는 라이벌 전이라 해도, 긴장감 없는 지루한 경기를 펼친다면 그 경기는 더 이상 ‘라이벌 전’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그러한 라이벌 구도를 얼마나 ‘잘’ 자리 잡게 하느냐는 전적으로 팬들에게 달려있다. 라이벌 경기에 펼쳐지는 팬들의 뜨거운 응원 열기는 경기를 보는데 큰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유명한 슈퍼 매치, 동해안 더비, 경인더비와 같은 경기 때마다 일부 팬들의 지나친 팬심은 여러 차례 문제가 되어왔다.

해가 거듭될수록 국내 축구 리그 및 대회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러한 발전이 있기까지도 국내 축구 팬들의 공헌이 컸던 만큼, 응원문화 역시 건전한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내가 응원하는 팀과 선수들을 사랑하는 마음만큼 상대팀에 대한 존중도 갖춘다면 국내 축구의 응원문화가 선진 응원 문화로 발돋움할 수 있지 않을까. 수준 높아지는 경기력에 걸 맞는 국내 축구 팬들의 응원 문화도 뒷받침되기를 기대해본다.

byyym360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