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윤현종 기자]“2013년 미국 GDP는 중국의 갑절이지만, 기부금액 규모는 미국이 중국의 21배다”
중국 내 대형 자선조직의 연합체 격인 중민(中民)자선기부정보센터가 지난해 9월 발표한 ‘2013년 중국 자선기부보고’ 내용 일부입니다. 세계에서 억만장자가 가장 빨리 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인 중국에서 ‘기부’란 단어가 맞닥뜨린 현실입니다.
물론 중국 부자들의 기부실태를 표면적인 금액규모나 국제비교만 갖고 평가하는 건 무리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중국의 기부관련 제도나 환경이 상존하고 있단 점입니다. 대륙판 ‘경주 최부자’가 나오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국 외면하는 기부 부자들=지난 2월 베이징사범대학중국공익연구원은 작년에 기부를 가장 많이 한 중국인 상위100명을 발표했습니다. 전자상거래업계 거물인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ㆍ대륙 최대 부동산재벌 왕젠린(王健林) 완다(萬達)그룹 회장 등 유명 부호의 이름이 곳곳에 포진했습니다. 이들의 지난해 기부규모는 총 304억위안(한화 5조3400억원)입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242억위안(약 4조2500억원)은 중국 밖으로 흘러갔습니다. 해외에 적을 둔 자선기구나 홍콩ㆍ마카오 등 소위 ‘특별행정구’로 불리는 지역 자선단체로 보내졌습니다. 개인 자선가 100명의 기부액 80%는 중국 본토를 외면한 셈입니다. 기부금액의 ‘엑소더스’ 추세는 해가 갈수록 두드러진다고 연구원은 덧붙입니다.
왜 이같은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요.
기부를 하면 소득세와 부가세를 물어야 하는 중국 국내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연구원의 장가오롱(章高榮)주임은 “개인부호가 연수입 30%이상을 중국 본토에 기부하면 반드시 소득세를 내야한다. 기업 기부규모도 이윤총액 12%를 넘기면 세금이 붙는다”고 말합니다.
▶‘깜깜이’ 자선단체에 누가 기부할까=기부 환경도 걸림돌입니다. 투명성이 떨어지는 게 핵심입니다. 자선단체들이 자금 사용내역 등을 잘 공개하지 않는 것이죠.
중민자선기부정보센터에 따르면 작년 중국의 자선투명지수는 100점 만점에 44.1점이었습니다. 자선단체의 56%가량은 운영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표본조사를 진행한 자선단체 1000군데 중 투명도 ‘우수’판정을 받은 곳 비율도 13.6%에 머물렀습니다. 반면 투명도 60 이하를 받은 저등급 자선단체는 2013년 73곳에서 133곳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일반 시민들도 크게 만족하지 못합니다. 자선단체에 대한 중국 국민의 만족도는 지난해 기준 28%에 불과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국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중국 부호나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선기구인 ‘중화자선총회’의 2013년 회계감사보고서를 살펴봤습니다. 주요 기부자 14곳 중 중국 기업은 3곳에 그쳤습니다. 이들이 낸 돈은 4025만위안(약 71억원)입니다. 중화자선총회가 주요 14개 단체ㆍ개인에게 받은 기부액(99억2131만위안ㆍ1조7430억원)의 0.3%에 불과합니다.
중민자선기부정보센터가 월 단위로 집계 중인 기부자 명단을 봐도 2월 기준 중국 기업은 상위 10곳 중 3군데입니다. 개인명의로 돈을 낸 부자는 없습니다. 이렇듯 중국은 기부 관련 제도ㆍ환경 모두 아직은 모자란 부분이 많아보입니다. 부자의 기부 소식도 그래서 뜸했던 게 사실입니다. 중국 대륙에서 진정성과 자격을 모두 갖춘 기부천사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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