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들이 로고 대신 패턴을 내세우고 있다. 로고 플레이에 질린 소비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사실 그동안 로고는 패션피플의 기호에 따라 ‘흥망’을 거듭했다. 한때는 멀리서도 브랜드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샤넬의 뒤집어진 C자 로고, 루이비통의 이니셜을 딴 LV 로고가 브랜드의 상징이자 부의 척도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보다 자신만의 멋을 추구하는 이른바 ‘노노스족’(No Logo No Brandㆍ로고나 브랜드에 현혹되지 않는 소비자층)이 급부상하자 옷이나 액세서리에 큼지막하게 자리 잡았던 로고들은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다. 일명 ‘로고리스’ 제품들이 앞다퉈 등장한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해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제품 전면을 가득 채우는 오버사이즈 로고 컬렉션이 다시 등장했다. 아크네스튜디오의 루머백, 알렉산더 왕의 로고를 활용한 레이저 컷 등이 이에 속한다.

커졌다 작아졌다 하던 로고의 자리를 이젠 패턴이 대신하고 있다. 크든 작든, 로고가 박힌 옷은 촌스럽다는 인식 때문에 국내ㆍ외 패션 브랜드들이 브랜드 시그니처를 보여주는 방법으로 로고 대신 패턴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지방시의 로트와일러 프린팅이 대표적이다. 사나운 표정으로 짖고 있는 개 프린트가 새겨진 강렬한 패턴의 로트와일러 클러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특히 이번 시즌 입고된 제품 중 반팔 티셔츠와 스웨터, 클러치 등은 이미 전량 판매됐다는 게 브랜드를 수입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의 설명이다.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 알렉산더 맥퀸의 해골 프린팅은 이젠 척 봐도 브랜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시그니처가 됐다. 또 프랑스 패션 브랜드 겐조는 커다란 호랑이 얼굴을 수놓은 스웨트 셔츠로 히트를 쳤다.

트렌드를 앞서가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일찌감치 패턴 플레이에 가세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의 ‘럭키슈에뜨(디자이너 김재현)’는 올빼미 캐릭터로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히 다졌다. 디자이너 박승건이 이끄는 ‘푸시버튼’은 매 시즌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에서 영감을 얻은 반복적인 패턴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푸시버튼이 2014 FW 메인 패턴으로 처음 선보였던 ‘도기스 플레잉 레오파드(Doggie’s playing Leopard)’, 일명 녹색 호피무늬의 옥스퍼드 셔츠는 공효진이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입고 나오면서 완판을 시키기도 했다.

푸시버튼의 2015 FW 강아지 패턴. [사진제공=서울패션위크]
푸시버튼의 2015 FW 강아지 패턴. [사진제공=서울패션위크]

디자이너 고태용의 ‘비욘드클로젯’ 역시 강아지를 이용한 패턴으로 유명하다. ‘융’이라고 불리우는 플란넬(Flannel) 원단 위에 다양한 종류의 강아지들을 프린트한 스웨트 셔츠는 커플패션으로 각광받는 아이템이다. 최근 아동복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다양한 강아지 그림을 프린트한 비욘드클로젯의 스웨트셔츠들. [사진제공=비욘드클로젯]
다양한 강아지 그림을 프린트한 비욘드클로젯의 스웨트셔츠들. [사진제공=비욘드클로젯]

패턴 플레이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결국 브랜드를 과시하기 위한 ‘조금 덜 촌스러운’ 방법이다.

김영 신세계인터내셔날 과장은 “한때 옷이나 가방 등 로고리스 제품이 유행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남들이 브랜드를 알아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면서 “로고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촌스러운 방법보다 시그니처 패턴이나 프린트를 통해 브랜드를 은근히 드러내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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