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한국이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아시아 지역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중국은 다자간 국제금융기구로 출범할 AIIB를 지렛대로 아시아 지역의 경제패권 장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대한 미국의 견제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한국은 이러한 G2의 격돌 속에서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한편 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시아 경제 헤게모니 강화하는 중국=중국은 급팽창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 주도의 아시아 경제질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중국이 의욕적으로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AIIB는 강화되고 있는 중국의 경제패권을 시험하는 첫 무대가 될 전망이다.
중국은 향후 10년 내에 미국의 경제규모를 능가해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예상된다. 13억이 넘는 세계 최대 인구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고, 미국식 자본주의와 다른 독자적 시장경제 모델을 만들고 있다.
중국은 동쪽으로는 러시아, 북한, 일본, 한국에서 시작해 동남아, 인도, 네팔, 파키스탄 등 서남아시아를 거쳐 서쪽으로는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까지 14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접경 국가 수는 러시아와 함께 세계 최대다.
AIIB는 중국을 중심으로 이들 저개발 국가들의 인프라를 연결하는 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정학적으로 중국이 아시아는 물론 중동 및 중앙아시아까지 아우르는 경제의 중심으로 자리잡음으로써 세계 최대 경제권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AIIB 설립 준비작업을 진행할 때 인도와 아세안, 중동 및 중앙아시아 국가 21개국이 대거 참여해 미국을 놀라게 했다. 이어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와 대부분의 중동 및 중앙아 국가들이 참여해 최종적으로 35개국에 이를 전망이다.
AIIB는 기본적으로 아시아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를 건설할 수 있도록 자금과 기술 등을 지원하는 국제금융기구로 출범하지만, 앞으로 인프라 뿐만 아니라 전력과 통신, 사회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지원하며 그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아시아는 물론 중동, 중앙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개발을 주도하면서 아시아 경제지도를 바꾸어 놓을 가능성이 있다. AIIB는 아시아를 끌어안으면서 세계를 시야에 두고 있는 중국의 이러한 패권적 야망을 보여주는 기구인 셈이다.
▶미국 주도 금융질서 변화 가져올까=하지만 중국이 AIIB를 앞세워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질서에 변화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지난 50여년 동안 경제 또는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등을 앞세워 세계 경제질서를 이끌어왔다. 특히 위기 발생국의 경제개혁을 통해 미국 자본에 유리한 질서를 이식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IMF와 세계은행에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미국은 거부권을 갖고 있어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특히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화는 가장 큰 힘이다. 미국이 막대한 재정적자에도 자금을 공급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당장 AIIB가 지난 50년간 세계질서를 이끌어온 IMF나 ADB 등에 대항할 힘을 발휘할 가능성은 아주 적다. 적어도 10년 이상 AIIB가 아시아 각지에서 사회간접자본과 사회개발 투자를 진행하면서 그 능력을 입증할 때 영향력도 점차 커질 전망이다.
중국이 3조84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기반으로 AIIB 창립을 이끌고 있지만, 독자적으로 필요자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제사회의 호응과 다자간 협력체제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 체제를 어떻게 구축할지가 관건이다.
이런 과정에서 실리를 찾는 것은 한국의 과제다. 정부는 미국과의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아시아 인프라 시장 지출을 확대함으로써 경제적 실리를 챙기고 아시아 개도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아시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50년만에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한국의 개발경험은 이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한국의 이번 AIIB 참여는 아시아 지역에서 펼쳐지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한국의 실리 찾기가 본격화하는 신호탄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