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FW 서울패션위크 제너레이션넥스트 디자이너 김원중·박지운

런웨이 톱모델서 디자이너로 작년 데뷔후 이번이 두번째 무대

괴짜·얼간이 ‘너드’ 콘셉트지만 진짜 멋진 친구를 위한 디자인 내피 뒤집은 밀리터리룩 선뵐것

산발한 호일펌에 새치가 희끗희끗, 예의 주근깨 가득한 얼굴은 한 이틀은 세수조차 안한 듯 보인다. 모델 김원중(29)이다.

덥수룩한 앞머리, 블랙 모직 코트에는 뿌옇게 먼지가 내려앉았다. 좀 털어주고 싶을 정도다. 모델 박지운(29)이다.

키 188~189㎝, 스물아홉 동갑내기 친구인 김원중과 박지운은 국내 패션계 톱모델들이다.

김원중은 길거리 캐스팅을 거쳐 곧바로 모델로 데뷔, 동양인 최초로 프라다(Prada) 런웨이 무대까지 올랐다. 정식 코스를 밟지 않아 “근본 없다며 놀림 받는다”는 그이지만 모델로서 정점을 찍은 셈이다. 케이블TV ‘온스타일’의 ‘겟잇스타일’에 패널로 나오며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박지운은 반대로 정식 모델 코스를 거친 케이스다. 모델 에이전시 에스팀(Esteem) 소속이며, ‘꽃보다 박지운’이라는 닉네임 만큼이나 잘생긴 외모로 연기 데뷔를 하기도 했다. 특히 인터넷상에서 박지운을 검색하면 소위 ‘남친짤’이라는 제목의 글들이 주르륵 뜬다. ‘내 남자친구였으면 좋겠을’ 외모의 소유자라는 거다.

패션위크 런웨이를 주름잡던 두 톱모델이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2015 FW서울패션위크’에서 디자이너로 나선다. 브랜드 이름은 ‘87MM’. 이미 지난해 가을 서울패션위크에서 신진 디자이너들의 무대인 ‘제너레이션 넥스트’를 통해 데뷔전을 가졌고, 이번이 두번째다. 디자이너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얘기다.

김원중, 박지운을 지난 11일 장충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어쩔 수 없다. 인정할 수 밖에. 국내 패션업계를 대표하는 톱 모델들은 막 입어도 있어 보였다. 부스스한 머리, 잠에서 덜 깬 듯한 얼굴을 하고 있어도 카메라 셔터 앞에선 화보가 됐다. 어쩌면, 그들이 입고 있는 옷, 애티튜드, 모든 것이 그들이 추구하는 패션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이들이 브랜드 철학으로 내세운 슬로건도 ‘노 콘셉트 벗 굿센스(No concept but good sense)’다.

▶디자이너로서 컬렉션에 대한 얘기를 해 달라. -김원중(이하 김) : 지난 시즌 콘셉트는 ‘업노멀 라이크 노멀(Abnormal like normal)’이었다. 정상같은 데 비정상이라는 거지. 이번 시즌 콘셉트 역시 지난 시즌과 연장선상에서 ‘너드(Nerd)’로 잡았다. 첫 컬렉션 때 아쉬웠던 것들을 상당부분 보완했다.

▶왜 하필 너드인가. -김 : 너드는 사전적으로는 괴짜, 얼간이 같은 뜻을 갖고 있다. 영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감독 자레드 헤스)’를 많이 참고했다. 너드는 컬렉션 스토리텔링을 위한 주제다. 너드처럼 보이지만 실제 룩(Look)은 너드를 위한 옷이 아니라 진짜 멋진 친구들을 위한 옷이다.

▶너드와 놈코어가 통하는 측면이 있다. 지금 입고 있는 옷도 그런건가.

-김 : 지난 시즌 때에도 컬렉션을 다 준비하고 난 후에 놈코어라는 단어를 들었다. 그게 유행이라는데. 일부러 그렇게 컬렉션을 만들지는 않는다. 옷도 그렇고.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했는데 그게 트렌드라네….

▶패션모델로도 잘 나가는데 왜 디자이너로 나서게 됐나. -박지운(이하 박) : 둘다 워낙 옷을 좋아하고 옷으로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서로 그 사실을 알게 된거다. 그래서 같이 시작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해서 하나에서 열까지 디자이너들에게 다 물어보고 다녔다. (87MM은 2011년 온라인 쇼핑몰로 시작했다. 빈티지 제품을 팔다가 브랜드로 런칭한 이후 디자이너 컬렉션으로 성장중이다)

▶선배 디자이너들이 도움을 많이 줬나. -박 : 많이 알려주더라. 영업 비밀을 알려주기도 하고. 그 중 특히 고태용 디자이너가 많은 도움을 줬다. 고태용이 맨날 말한다. “내가 니들을 키웠다”고.

▶패션사업은 모델과 어떻게 다른가. -박 : 연기도 해봤지만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디자인은 재밌더라. 하고 싶은 거 하는 느낌. 마치 게임하는 기분이다. 레벨업 하는 롤플레잉 게임 같기도 하고. 부루마블(재산증식형 보드게임) 같기도 하다. 궁극적으로는 상대방을 무너뜨리고 내가 돈을 많이 버는거니까.(웃음) 의류 사업도 돈을 갖고 하는 일이니까. 그런데 가끔 돈이 가짜처럼 느껴진다. 사이버머니. 허황된 느낌이다.

▶디자이너들이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ㆍ협업)을 많이 하는데. -김 : 콜라보레이션이라는 게 꽤나 폐쇄적이다. 우리는 룩도 그렇고 즐거운 브랜드인데, 협업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를 포함해 신발 브랜드 수십군데가 협찬 제의을 해 왔다. 그런데 우린 안 한다. 돈 없어도 직접 다 사서 (신발) 신길 거고. 선그라스도 없으면 3000원 짜리라도 씌울 거다. 우리가 잘나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쇼를 하기 위해서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무엇을 보여줄 건가.

-김 : 밀리터리룩이 기본이다. 무대에서는 코트, 점퍼 등의 내피가 바깥으로 보이게 뒤집어 입을 거다. 어수선해 보일 수 있는 룩에서 구조적인 실루엣이 드러난다. 또 디테일로는 탈부착이 가능한 PVC 같은 플라스틱 소재가 적용된다. 그렇다고 그렇게 실험적인 디자인을 하는 건 아니다. (웃음)

▶최종 목표가 뭔가 -김 :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브랜드,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우린 ‘고급진거’ 하고 싶은 사람들이 아니니까.

-박 : 지금 일이 재밌다. 완전(!) 잘 되고 있기도 하고. 디자이너 하면서 모델도 계속 할 거다. 불러줄 때까지.

지난 시즌 김원중은 럭키슈에트와 앤디앤뎁 무대에 모델로도 섰다.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도 김원중과 박지운은 여전히 모델로 다른 디자이너의 런웨이 무대에 오른다. 패션 모델과 디자이너, 두 토끼를 다 잡겠다는 키 큰 오빠들, 앞으로 얼마나 더 크려고….

김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