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TV쇼 진품명품’진기록들
지역민 소장유물 ‘출장감정’ 대표코너 ‘석천한유도’ 역대 감정 최고가 ‘15억원’ 안중근 글씨 ‘경천’ 환산할수없어 ‘0원’
“이 의뢰품은 값을 매길 수가 없습니다.”
고문서, 도자기, 그림들이 다소곳이 감정을 기다리면 시청자도 의뢰인의 마음이 된다. 전문 감정단의 입에서 나오는 이 말은 중의적이다. 감정단조차 차마 값을 매길 수 없는 귀한 역사의 한 장면이었기에 우리 골동품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올 1월 8일 방송분에서 백범 김구의 글씨 ‘여의’를 감정할 때도 마찬가지의 평가가 나왔다. 정반대의 경우도 많다.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 지역민들의 소장 유물들을 감정하는 ‘출장감정’ 코너가 대표적이다. 장롱 깊숙히 모셔둔 집안의 귀중품을 내놓고 감정을 기다리는 설렘은 금세 허탈감으로 바뀐다. 출장감정의 단골 의뢰품인 마패의 99%는 가짜이고, 뭐라고 쓰였는지 몰라 양반의 피로 자신했건만 노비문서였던 사례도 있었다.
지난 1995년 3월 5일 첫 방송된 ‘TV쇼 진품명품’이 올해로 만 20주년을 맞아 오는 5월 24일 1000회 방송을 한다. 국내 최초의 고미술 감정 프로그램이자, 골동품의 역사와 유래를 더듬고 가치를 매기며 꾸준히 사랑받은 프로그램이다.
일요일 오전 황금시간대에 방송하면서도 매회 7%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TV쇼 진품명품’은 평화로운 일요일 오전 가족간의 리모콘 싸움의 주역이다. 오랜 시간 한결같은 시청률을 유지한 비결은 방송 종료 이후 ‘정오 뉴스’와 ‘전국 노래자랑’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연결고리가 고정시청층을 만들었다는 점도 있다. 하지만, 지난 20년을 버텨온 저력을 충성도 높은 시청자에게만 돌리기엔 프로그램이 써온 역사가 깊다. 문화재의 가치를 재발견하며 당대의 역사를 돌아보게 하기에 시청자 게시판에선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게 된다”는 반응이 많다.
지난 20년간 전문 감정위원들이 총 7000여점의 의뢰품을 감정한 결과 역대 최고 감정가는 2011년 7월 방송된 814회분에서 등장했다. 1748년 조선시대 무신 석천 전일상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석천한유도로 무려 15억원으로 평가받았다. 역대 최저가는 0원이다. 이유는 두 가지이지만 1910년 3월 뤼순 감옥에서 사형집행을 앞둔 안중근 의사가 남긴 글씨 ‘경천’처럼 “몇 천억원의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평가도 있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보험가입 금액 기준으로 6억원에 산정하긴 했다.
프로그램이 옛 것의 가치를 돌아보고 문화재 감정의 대중화에 기여한 점도 크지만, ‘TV쇼 진품명품’은 크고 작은 논란도 겪어왔다. 학계와 미술업계에선 문화재의 가치를 가격으로 환산한다는 점을 꼬집기도 했고, 진위 판정이 잘못돼 감정을 번복한 사례도 있었다. 또 지난 2013년 10월에는 진행을 맡았던 윤인구 아나운서의 교체를 둘러싸고 ‘낙하산 MC 논란’이 일며, KBS 경영진과 제작진이 충돌, 녹화 파행 사태까지 빚어지기도 했다. 현재의 MC는 이재홍 아나운서다.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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