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 1주년이 되는 이 달 러시아 국민들 사이에서 반미(反美) 정서는 옛 소련 시대 때 보다 고조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러시아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레바다-첸트르(Levada Center)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러시아 국민 80% 이상이 미국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을 바라보는 태도가 ‘부정적이다’는 81%, ‘긍정적이다’는 13%로 각각 나타났다.
미국에 대한 부정적 견해는 지난해 같은 조사와 비교해 두배 이상이며, 1988년 이래 최고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유럽연합(EU)를 바라보는 태도는 ‘부정적이다’가 71%, ‘긍정적이다’가 20%로 나타났다. 특히 EU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긍정을 앞지른 것은 지난해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가 시작된 이후 시작했다.
러시아가 현재로서 해야할 행동에 대해선 ‘서방과 관계를 강화해야한다’가 40%, ‘서방과 떨어져야한다’가 36%로 비슷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레바다-첸트르의 레프 구초프 이사는 “반 서방 프로파간다가 사회 분위기를 바꿨다”고 말했다. 러시아 언론이 반미 정서를 자극하는 보도를 끊임없이 내보낸 결과라는 분석이다.
현대정치센터의 세르게이 미치프 국장은 지난해 관영 1채널에 출연해 “미국은 지정학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 인민들을 기니피그처럼 이용하고 있다”며 “세계의 안정을 위협할 뿐 아니라 지구 상 모든 인류 존재를 위협한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기자 블라디미르 포츠너는 “수년간의 굴욕이 민초들 사이에서 반 미 정서를 전례없는 수준으로 이끌었다”며 “우리는 미국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지나치게 강요하려 들고, 자신들을 유일무이하게 생격하며, 다른 사람은 안중에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서방에 대한 반감 정서는 러시아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55) 피격 사건이 방증한다. 반 푸틴 세력의 중심이어던 넴초프 전 부총리는 살해당하기 전 우크라이나 사태에서의 러시아 개입을 폭로하려 했다.
만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군에 무기 등 병력을 지원할 경우 러시아에서의 반 서방 정서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WP는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우크라이나 사태 평화안이 도출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지원할 것이라고 러시아를 압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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