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ㆍ민상식 기자] 2013년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모스콘 센터 웨스트(Moscone Center West)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 수많은 참가자들 사이로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ㆍ자산 288억달러)의 모습이 포착됐다. 그는 구글이 내놓은 안경형태의 웨어러블 기기인 ‘구글글래스’를 손에 들고 탤런트인 데이빗 핫셀호프(David Hasselhoff)와 어깨동무를 한 채 셀피를 찍었다. 세계 IT산업을 리딩하고 있는 ‘천재 창업자’의 모습은 전파를 탔고, 이때 구글 글래스로 찍은 사진은 IT 마니아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브린은 셀피 한 장으로 자신이 주도해 만들어낸 미래형 안경에 대한 자신감을 강열하게 홍보했다. .
▶승리와 자신감의 상징…셀피! = 브린 외에도 많은 IT업계의 창업자들이 셀피를 활용한다. 잭 도시(Jack Dorseyㆍ자산 25억달러) 트위터 공동창업자 겸 스퀘어 최고경영자(CEO)는 실리콘밸리가 알아주는 ‘셀피왕’(Selfie King)이다. 그는 업무시간은 물론 식사 후 졸음이 쏟아지는 모습까지 자신의 생활을 찍어 올린다. 2013년에는 동영상 SNS ‘바인’(Vine) 인수 직후 ‘한껏 폼을 잡고’ 거리를 걷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6초짜리 동영상을 바인에 업로드해 공개하기도 했다. ‘일상의 소소한 기록’이라는 트위터와 바인의 활용법을 본인이 구현하고 있다.
잭 도시와 공동으로 트위터를 창업했던 에반 윌리엄스(Evan Williamsㆍ자산 30억달러)는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인 미디엄(Medium)을 운영 중이다. 미디엄은 온라인상에서 쉽고 간편하게 글을 쓰고, ‘협업’ 기능으로 다른 사람과 손쉽게 의견을 나누고 확산시킬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그는 SNS에 자신이 글쓰는 모습이나 자신이 쓴 것을 촬영해 자주 올린다. 이를 통해 바쁜 현대인들에게 “당신도 한 번 차분하게 글을 써보라”고 유혹한다.
브릿 플러스코(Brit + Co)의 창업자 브릿 모린(Brit Morin)은 각종 DIY(Do It Yourself)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착용한 셀피를 SNS에 올린다. 물론 실제 자신의 업체에서 판매하는 상품 중심이다. 친구가 쇼핑 후 “나 이거 샀는데~”하고 수다떠는 느낌이다. 브릿은 페이스북 설립 멤버이자 SNS ‘패스’(Path)의 창업자 데이브 모린(Dave Morin)의 아내다. 모린 부부의 자산은 10억달러다.
이들은 셀피를 통해 직접 시연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제품과 서비스의 완성도와 자신감을 표현한다.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그 과정에서 일반 소비자들의 지적이나 요구사항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셀피는 승리의 순간을 기록하는 수단으로도 많이 쓰인다. 한장의 셀피가 그 기업의 기세를 모두 말해준다. 대표적인 것이 IPO다. 미국 증시에선 오너가 직원들과 셀피를 찍는 게 대세다.
중국의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 상장 때, 창업자인 마윈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여러 사람들과 셀피를 찍었다. 만면에 미소 가득한 마윈의 주름진 얼굴이 담긴 여러 장의 셀피는 세계로 퍼져나갔다. 중국의 SNS인 웨이보의 창업자 찰스 차오(charles chao)도 미국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월스트리트의 전광판에 비친 회사 CI를 배경으로 셀피를 찍었다. 세계의 중심으로 진출한다는 의지와 자신감이 사진에 묻어났다.
▶억만장자에 ‘사람냄새’ 입히는 셀피 = 셀피 한장은 빌리어네어들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 카메라 앞에 스스럼없이 서거나, 타인을 위해 기꺼이 포즈를 취해주는 모습을 통해 사람들은 친근감과 호의를 느낀다.
대표적인 인물이 워런 버핏이다. 지난해 미국 네브래스카주(州) 오마하에 사는 소년이 셀피 한장을 올렸다. 벤치에 앉은 두명의 어른을 배경으로 했다. 소년은 ‘고향친구들(Hommies)’이라고 표현했다. 사진에 찍힌 것은 바로 워런 버핏과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였다. 동네 소년의 셀카에 마치 친척처럼 포즈를 취해준 두 사람에 대해 전세계의 네티즌들은 멋지다는 찬사를 보냈다. 버핏이 화제였다. 엷은 미소로 소년의 카메라를 향해 느긋하게 웃어주고 있는 그의 모습에 사람들은 “귀엽다” “친할아버지 같다”는 표현을 썼다. 그는 727억달러, 우리돈으로 73조원을 손에 쥔 거부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버핏과 반대로 순진해 보이는 동네 총각 콘셉트로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334억 달러 우리돈 36조원을 가진 부자지만, 다른 사람들의 카메라에 포즈를 취해줄 땐 ‘곱슬머리 부끄럼쟁이’ 청년이 된다. 매일 똑같은 옷차림을 하는 저커버그의 ‘놈코어(normcore)’ 스타일도 셀피에 매력을 더한다. 저커버그의 팬들은 그의 셀피를 여러 장 모아 미세한 차이점을 발견하는 놀이도 즐긴다.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ㆍ자산 355억 달러) 블룸버그그룹 회장도 셀피를 많이 올리는 빌리어네어 가운데 한 명이다. 전직 뉴욕 시장답게 그는 뉴욕 곳곳을 우회적으로 홍보하는 셀피를 많이 올린다. 그의 사진은 ‘어설프다’는 데 매력이 있다. 하지만 많은 뉴요커들은 그의 ‘성의’와 뉴욕에 대한 애정을 높게 평가한다.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 버진그룹 회장도 사람들이 모인 곳이면 어느 곳에서나 서슴없이 셀피를 찍는다. 특히 그는 사람들과 함박웃음을 지으며 셀카찍는 것을 좋아한다. 이를 위해 사람들 앞에서 조크를 자주 쓴다. 이런 활기찬 모습은 그를 즐거움과 도전의 상징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인간적인 모습들은 당연히 마케팅 효과로도 이어진다. 중국발 스마트폰 태풍을 이끌고 있는 레이쥔(雷軍) 샤오미(小米)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1월 ‘샤오미 노트’ 신제품 발표회에서 직접 셀피 촬영을 여러 차례 시연하며 새 제품을 적극 홍보했다. 애플의 방식이기도 하다.
애플의 CEO 팀 쿡(Tim Cook)은 회사 행사나 이벤트에서 소비자, 블로거, 직원 등과 격의없이 셀카를 찍는다. 일반인들이 팀 쿡과 찍은 셀피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와 사진을 같이 찍은 사람들은 애플의 팬이 되고 열혈소비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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