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 의회 연설대에 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사에 명확한 사과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미 의회에서 연설해선 안 된다는 반발이 일고 있다. 한인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청원운동이 열리는 등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23일 외신 및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오는 4월 말이나 5월 초 방미 때 미국 의회에 올라 연설하는 방안을 양국 정부가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가 의회 연설에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명했고 미국 의회 지도부의 분위기도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총리가 미 의회에서 연설하는 건 1961년 이케다 하야토 총리 이후 54년 만이다. 역대 총리로는 4번째이다. 특히 아베 총리는 일본 총리 사상 처음으로 상ㆍ하원 합동 연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에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상ㆍ하원 합동 연설을 추진한 바 있으나, 과거사 문제를 이유로 무산됐다.
반발은 이미 거세게 일고 있다. 미국 워싱턴 정신대문제 대책위원회는 이와 관련, 아베 총리의 의회 연설을 반대하는 청원운동에 착수했다. 이 단체는 ‘아베 총리가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사죄와 반성 없이 미 의회에서 연설하는 걸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하원 외교위원장 앞으로 보내도록 활동할 방침이다. 또 일본 정부의 미흡한 사과가 미 하원이 통과한 ‘위안부 결의안’에도 위배된다는 사실을 적극 알릴 예정이다.
의회 연설이 이뤄진다면 어떤 내용이 어느 수위까지 포함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 내에서도 일본의 과거사 사죄에 대한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가 미국 교과서 내 일본 위안부 피해자 내용을 수정하라고 요구하면서 미국 내에서도 역사학자 등을 중심으로 일본 정부에 항의하는 집단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전 세계가 주목할 연설이 될 만큼 어떤 식이든 과거사에 대한 언급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연설이 자칫 ‘반쪽 사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사와 관련, 미국에만 사과하고 정작 한국을 비롯, 주변국을 언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작년에도 아베 총리는 호주에서 의회 연설을 하면서 과거 호주인에게 저지른 전쟁범죄 등을 사죄했지만 정작 한국이나 중국 등 주변국에 대한 사과는 전혀 없었다. 당시 아베 총리는 “목숨을 잃은 호주의 많은 영혼들에 일본과 일본 국민을 대표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