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률 8.9%…지원액 절반 이상 기업 한 곳에 집중
수출입은행 “환율 하락에 수요 감소”…김영환 “지원 요건 재설계해야”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이 고환율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마련한 3000억원 규모 초저금리 대출의 집행률이 두 달여간 8.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행은 환율 하락으로 신청 수요가 줄었다고 설명했지만, 도입 첫 달부터 실적이 저조했던 만큼 현장 수요와 지원 조건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출입은행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고환율 극복 초저금리 상생대출’의 9월 15일 기준 집행 실적은 10건, 26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지원 한도 3000억원 가운데 2734억원은 아직 집행되지 않았다.
수출입은행은 원·달러 환율이 1539.7원이던 지난 7월 6일 이 상품을 도입했다. 원자재를 수입하는 중소기업의 결제 부담을 덜기 위해 만기 1년 이하 수입자금을 조달원가 수준인 ‘기준금리+기간가산율’로 빌려주는 방식이다.
기업은 피해사실 확인서와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신청할 수 있다. 수출입은행은 신속한 지원을 위해 담당자 면책도 적용했다. 실제 지원 기업에 적용된 금리 우대 폭은 평균 1.78%포인트였다.
그러나 월별 집행액은 7월 5건·68억원, 8월 2건·25억원에 머물렀다. 9월에는 15일까지 3건·173억원이 집행됐지만, 이 가운데 150억원은 경남 소재 모빌리티 기업 한 곳에 지원됐다.
이 기업에 대한 대출은 전체 집행액의 56.4%를 차지했다. 해당 대출을 제외한 나머지 실적은 9건, 116억원으로 전체 한도의 3.9% 수준이다.
수출입은행은 환율이 내려가면서 신청 수요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사업 도입 첫 달인 7월에도 집행률이 2.3%에 불과했다며, 환율 움직임뿐 아니라 당초 수요 예측과 제도 설계의 적정성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출 용도가 신규 수입자금으로 제한된 점도 재검토 대상으로 제시됐다. 현재 이 상품은 수출입은행의 기존 대출을 전환하거나 다른 금융기관의 대출을 갈아타는 데 사용할 수 없다. 신청 기한은 올해 말까지다.
김 의원은 “3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해놓고 첫 달부터 집행이 한도의 2%대에 그쳤다면 환율보다 제도 설계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며 “현장 수요를 다시 조사해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2734억원이 실제로 필요한 기업에 닿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재설계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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