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내년부터 정년 60세 연장이 의무화되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내년부터 법으로 정년 연장이 보장되는데 굳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공공기관 노조 측의 반발이 커 노사 간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13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촉진법)‘이 개정되면서 내년부터 300인 이상 상시근로자 고용 사업장, 공공기관, 지방공기업을 시작으로 정년 60세가 의무화된다.

때문에 노조 측은 근로자의 정년은 늘리되 일정 연령 이후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오히려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관계자는 “법으로 정년 연장이 보장된 상황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임금 삭감 형태의 임금체계 개편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근속에 따라 자동적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된 고령자고용촉진법에는 정년 60세 연장을 의무화할 때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문구만 있어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는 노사 합의에 맡겨야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정부가 올해 공공기관 예산편성지침 등을 통해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권고해왔지만 말 그대로 권고 사항이라 강제력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는 사측으로서는 노조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노조에서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 연장을 요구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해 아직 구체화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도 저조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중앙공공기관 등 총 302곳 중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은 67개(약 22%)에 불과하다.

이미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관도 내년부터 정년 연장이 의무화됨에 따라 내부 정책을 수정해야 하지만 적정 임금피크율을 두고 노사 간 이견이 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정부는 올해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를 반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영평가에 ‘보수 및 복리후생′(100점 중 6점)의 일부 항목 중 하나로 ‘임금피크제의 도입 운영의 적정성 및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직무개발’을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정부 방침은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임금피크제 도입은 노사가 합의해 결정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가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며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를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가장 강력한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