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성남시에 사는 A(34ㆍ여) 씨는 요즘 달력을 보면서 작년 설날 겪었던 악몽을 떠올린다. 8년 연애 끝에 결혼한 남편이 설을 쇠러 친정에 갔다가 “취직하라”는 가족들의 말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린 것.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남편은 대기업에 다니는 A 씨에게 평소 자격지심을 느껴왔고, 결국 이 일을 계기로 둘은 갈라서고 말았다. A 씨는 “차라리 명절에 친정에 가지만 않았다면 이혼할 일도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민족 최대 명절 설은 멀리 떨어졌던 가족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정을 나누는 날이 돼야 하지만, 부부 갈등을 촉발해 파경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6년 새 설 연휴 직후 이혼소송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임에 따라 올해도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될 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17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설 연휴 다음달(2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이혼소송은 3529건으로, 전달보다 14.7% 증가했다.
이런 추세는 2009년 이후 6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2009년 설 연휴 다음달 제기된 이혼소송은 4086건으로 직전달에 비해 23.9% 늘었다. 2010년에는 4233건으로 28.0% 많아졌고, 2011년엔 4229건으로 무려 37.5% 폭증했다. 또 2012년 3755건으로 16.7% 늘어난 데 이어 2013년엔 3581건으로 14.5% 증가세를 보였다. 이로써 지난 6년 간 연평균 증가율은 22.6%에 달했다.
재판을 거치지 않는 협의이혼도 비슷한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설 연휴 다음달 협의이혼 신청 건수는 1만1883건으로 전달 대비 14.2% 증가했다. 2009년 20.4%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21.1%, 2011년 20.5%, 2012년 14.7%, 2013년 6.9%로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가정법 전문 이인철 변호사는 “해마다 설 명절 직후 이혼 상담건수가 전달에 비해 10~30%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배우자에 대한 불만을 꾹 참아왔다가도 명절 때 폭발해 결국 이혼을 실행에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명절 때 시댁의 막말과 무시에 시달린 아내 뿐 아니라 처가와 갈등을 빚고 이혼을 결심하는 남편도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명절 관련 이혼사유가 다양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숙 변호사는 “설 명절 직후 이혼 증가 현상은 10년 전, 15년 전에도 있었던 일”이라면서 올해도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변호사는 “수면 아래 곪아있던 갈등이 명절 때 시댁과 친정 식구를 만나 폭발하는 것”이라면서 “차라리 명절에 시댁 식구를 볼 일이 없는 다문화 결혼을 하고 싶다고 하소연하는 의뢰인까지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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