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에 밀려 APL로지스틱스 인수 무산 -전문경영인 비상경영 체제 운영 불구 -이재현 회장 장기공백 따른 리스크 가시화 -“시시각각 급변 인수전 대응엔 한계” 평가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CJ그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싱가포르 물류기업 APL로지스틱스 인수가 무산됐다.

재계에서는 이를두고 ‘오너부재 리스크’가 본격화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현 회장이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2013년 7월 구속되며 총수 공백이 장기화됐고, 이에 CJ의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오너 부재’의 충격이 가시화된 사례라는 것이다.

CJ그룹은 전문경영인에 의해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아무래도 신성장동력 발굴 등을 향한 글로벌 인수전과 같은 선제 대응과 결단이 필요한 분야에선 전문경영인 체제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23일 재계와 인수ㆍ합병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난 13일 마감된 APL로지스틱스 본입찰에서 일본 물류기업인 KWE에 밀려 인수에 실패했다.

업계는 엔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이 강해진 일본기업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친데 반해 오너 부재 3년째를 맞은 CJ대한통운은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패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써 지난해 말 APL로지스틱스 인수적격 후보로 선정됐던 CJ대한통운은 이번 인수전 무산으로 글로벌 물류기업 도약의 기반 마련을 위한 절호의 찬스를 살리지 못하게 됐다.

APL로지스틱스 인수에 성공한 KWE는 2013년 기준 연매출 2조7000억원에 시가 총액 1조3000억원인 기업으로, 이번 입찰에서 1조3500억원 가량의 금액을 제시해 CJ대한통운을 제친 것으로 알려졌다.

APL로지스틱스는 싱가포르 국영선박회사인 NOL의 자회사로 64개국, 110개 물류거점을 통해 자동차, 소비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8000억원이며 직원 수는 5600여명이다.

이번 본입찰에는 CJ대한통운을 비롯해 미국ㆍ일본 물류기업 각 1곳, 글로벌 사모펀드 KKR 등 총 4곳이 참가해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당초 투자은행(IB) 업계는 적정 인수가로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수준을 예상했지만, 매수 희망자들의 인수 의지가 강해 경쟁이 격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엔화 가치 절하와 금리 하락에 따라 자본조달 경쟁력이 높아진 일본 기업이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함에 따라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IB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물류시장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번 인수전에 사활을 걸었던 CJ대한통운은 오너 부재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라며 “만약 오너가 부재하지 않았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CJ대한통운은 이번 인수전 성공을 통해 글로벌 물류기업들과 세계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규모를 갖춘다는 계획이었다. APL로지스틱스가 북미와 아시아 지역 네트워크가 충실할 뿐 아니라 자동차, 내구 소비재, 가전, 포장화물, 소매물류 및 의류, 신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군으로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인수합병(M&A)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가격인데, 전문 경영인으로서는 베팅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CJ대한통운은 2013년에도 미국 종합물류업체와 인도 물류기업 인수를 검토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고, 지난해 수도권에 구축하려던 물류허브 프로젝트도 무기한 연기했다. CJ제일제당은 생물자원사업부문에서 베트남업체와 중국업체를 대상으로 M&A를 추진했으나 최종 인수 전 단계에서 중단한 바 있다. CJ오쇼핑 역시 해외 M&A를 통해 사업을 확대하려다 보류했다. CJ CGV는 올해초 해외 극장사업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다가 지연되는 등 각종 사업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에 CJ그룹 전체가 오너부재 리스크에 계속 시달릴 것이고, 결국 경제활성화에도 악영향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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