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데려와 소갈비 접대받곤 소갈비 추가 포장까지 요구 -월 600만원 벌면서 돈 없다며 빚 1억원인 사람에게 돈 빌려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징계나 해임 등 각종 처분이 억울하다며 재심사를 요청한 공무원 중 63%가 기각이나 각하 등 불인용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억울하다고 하소연하지만, 10명 중 6.3명은 ‘처벌을 받을 만했다’는 의미이다. 실제 소청심사를 청구했다가 기각된 사례를 살펴보면 공무원이란 이름조차 민망한 수준이 많다. 죄를 지어 창피하고, 반성 대신 억울하다고 주장하다 또 한 번 창피를 당한, 후안무치(厚顔無恥) 공무원들이다.

6일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처리한 심사건수 831건 중 기각이나 각하 등 불인용 처분된 건수는 525건(63%)으로 집계됐다. 소청심사제도는 공무원이 징계처분을 받을 때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행정심판제도이다.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는 경찰공무원, 소방공무원, 일반직 공무원 등의 소청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심사 청구 직군으로는 경찰 공무원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지난해 831건 중 633건(76%)이 경찰 공무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품위손상이 360건으로 가장 많았고, 업무상 과실ㆍ태만(202건), 금품수수(89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심사를 청구했다가 기각된 사례 중에는 공직자라 보기 민망한 사례도 많다.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 A 씨는 지난 2013년 7월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한 중소업체 대표 B 씨를 집 근처 식당으로 불렀다. A 씨는 B 씨에게 “마침 식사시간인데 아이들도 집에 있다고 하니 같이 식사를 하자”며 가족들을 불렀다. A 씨 가족 4명은 곧 식당으로 들어왔다.

가족들은 다른 테이블에서 소갈비를 먹었고, 이들이 먹은 음식값만 35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결제는 B 씨의 몫이었다. 끝이 아니었다. 식당을 나가기 전 A 씨는 생갈비 2인분을 추가로 포장해 들고 갔다. A 씨는 이를 포함,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이들에게 수차례 금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 해임 조치당했다. A 씨는 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조폭에게 지방경찰청장 명의의 화환을 보낸 사례도 있다. 지구대 순찰대원 C 씨는 지난해 8월 알고 지내던 조폭으로부터 “딸이 사망했는데 체면 좀 살릴 수 있게 화환을 보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에 C 씨는 장례식장에 ‘지방경찰청장’ 명의의 근조화환을 보냈다.

당시 장례식장에는 조폭 간 충돌을 우려, 경찰을 일부 배치한 상태였다. 화환과 경찰 병력만 본다면, 마치 지방경찰청장과 조폭이 친밀한 관계인 것 같은, 묘한 풍경이 연출된 것. C 씨는 그 이후에도 지인의 장례식이나 결혼식 때마다 지방경찰청장 명의의 화환을 보냈다. C 씨는 경찰 품위를 떨어뜨렸다며 견책 조치를 받았고, 소청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한 보호관찰소 계장은 보호관찰 대상자에게 100만원을 요구했다 적발됐다. 그는 “아들이 음악 오디션에 참가하려 하는데 돈이 없다”며 100만원을 빌려달라고 요구했고, 보호관찰 기간이 끝날 때까지 갚지 않았다.

돈이 없다는 그는 부인 월급을 포함, 월 소득이 600만원, 그에게 돈을 빌려준 보호관찰 대상자는 빚만 1억원이 있었다. 그 역시 소청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당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심사를 하다 보면 다양한 사례가 많이 접수된다”며 “심사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법조계를 비롯, 각층의 민간 심사위원이 심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