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부산)=윤정희 기자]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지도감사한 부산시의 후속조치에 대해 BIFF측이 정면으로 반박입장을 밝히면서 영화제를 둘러싸고 지자체와 집행기관 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언론을 통해 부산시는 BIFF측에 인적쇄신 등 조직혁신 방안을 요구했다. 당시 부산시는 감사결과 문제점 3가지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시는 BIFF가 직원 채용시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신규 인력을 확보하면서 조직의 폐쇄성이 높아졌고, 매년 예산 업무주기가 일정하데도 불구하고 업무의 긴급성을 들어 사전결재 없이 예산을 집행하는 등 재정운영이 방만하다고 지적했다.
또 영화제 작품선정 시 영화제 정관 규정상 프로그래머가 작품을 섭외한 뒤 상임집행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해야하지만 프로그램선정 과정에서 상임집행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아 객관성 등이 불투명하다고 조직 개편을 요구했다. 이 밖에 직원 개개인의 직무와 관련된 규정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BIFF측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부산시의 주장에 대한 공식 답변을 내놨다.
BIFF측은 “부산시의 지도점검과 후속조치에 이르는 과정이 예년과 많이 달라 당혹스럽고 그 배경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부산국제영화제는 지금까지 부산시로부터 ‘조직혁신 방안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라’거나, ‘지도점검에서 나온 문제점의 개선안을 내놓으라’는 공식적인 요구를 받은 바 적이 없다”고 밝혔다.
부산시가 지적한 직원채용 폐쇄성에 대해서는 단기스태프를 다년간 검증해 정규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이 오히려 모범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BIFF측은 해마다 100여명에 가까운 단기스태프를 전면 공개 채용하므로 최소 2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또는 계약직 직원 중에서 선발해 정규 직원으로 공개 채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공개채용의 목적이 능력이 있는 인재가 많이 응모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채용과정의 부정이나 청탁을 예방하자는 것이라면, 단기스태프로 공개 채용한 후 다년간 단계적으로 수련과 검증을 거친 후 정규 직원으로 채용하는 방식은 문제점이 아니라 모범사례라고 주장했다.
또한 예산을 사전결재 없이 방만하게 사용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BIFF측은 “영화제는 특정 기간에 한정된 단순 행사가 아니라 상시 연속성을 가진 사실상의 연중 지속 행사이며, 이에 따른 업무와 조직 운영의 특성상 돌발적이거나 불가피한 사정에 따른 과실이 발생한 경우는 있지만 부산시가 지적한 사례는 착오나 단순 과실에 따른 것이 대부분으로, 이를 포괄해 ‘재정운영이 방만하다’는 지적은 상당히 과장된 표현으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프로그램선정과 관련한 절차가 미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초청작 선정기준도 프로그래머의 영화관(觀)과 안목에 따른 주관적 판단이 먼저이며, 이는 존중해야 할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기본적인 권한이다”면서 “프로그래머가 선정한 작품을 상임집행위원회에 보고하는 절차가 미비했다면 시정하고 보완하면 될 일이다”고 주장했다.
BIFF측은 “이와 관련한 지금의 행정적 근거가 실효성이 없거나, 규정을 위한 규정에 지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간소하게 고치는 것이 맞다”며 부산시의 공식 요구가 있다면 개선안 등을 당연히 제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영화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로 부산시가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사퇴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영화단체들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이 위원장의 잘못이나 비리가 없는데도 사퇴를 종용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사퇴 종용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또 “이는 단순히 이용관 위원장 한 개인의 거취 문제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해치고 영화제를 검열하려는 숨은 의도는 결국 영화제의 독립성을 해치고 19년을 이어온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체성과 존립마저 흔들고 있는 것이다”며 “지금과 같은 사태가 계속된다면 부산시는 영화인의 심각한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 위원장은 1996년 부산영화제 출범 당시 수석 프로그래머와 부집행위원장, 공동집행위원장을 거쳤고 2010년 집행위원장이 됐다. 그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