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부의 작업중지 조치’ 인식 조사
340개 기업 설문조사…10곳 중 6곳 “정부 작업중지 조치 ‘부정적’”
기업들 “재해발생 원인과 무관한 작업까지 중지
작업중단 최대 150일, 손실액 1190억원에 달해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국내 다수 기업들이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조치와 관련 정부가 운영 중인 ‘작업중지 조치 제도’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는 국내 기업 340개사를 대상으로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 조치’에 대한 인식과 문제점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응답 기업 중 61%가 ‘부정적’이라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이 부정적이라고 생각한 이유와 관련 ‘재해발생 원인과 관련이 없는 작업까지 중지를 시켜서(44%)’라는 항목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어 ‘생산중단으로 기업피해만 커질 것 같아서(23%)’, ‘기업에 대한 제재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어서(19%)’, ‘중대재해 예방에 효과가 없는 것 같아서(14%)’ 순으로 나타났다.
경총 관계자는 “이번 제도 시행(2020년 1월 16일) 후 사망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고용부의 작업중지 명령이 사고 원인과 관계없는 작업까지 폭넓게 내려지고 장기간 생산중단으로 이어지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남에 따라, 향후 중대재해 발생 시 입게 될 피해 또는 손실에 대한 기업들의 부정적 인식이 조사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작업중지 조치 제도 가운데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기업들 51%는 ’작업중지 명령‘, 30%가 ’작업중지 해제‘라고 각각 답했다.
‘작업중지 명령’이라고 생각한 이유에 대해 응답 기업의 60%가 ‘중지 명령의 기준(급박한 위험 등)이 모호해서’를 선택했다. 이어 ‘작업중지 범위(부분·전면)가 과도하게 규정돼 있어서(58%)’, ‘중지 명령절차 등 구체적 기준이 없어서(36%)’, ‘감독관 재량으로 작업중지 명령이 남발되는 것 같아서(26%)’, ‘중지 명령 세부기준(고용부 지침)이 공개되지 않아서(19%)’ 순으로 나타났다.
고용부의 작업중지 명령이 사업장의 생산중단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에도 중지 명령요건에 대한 명확한 세부규정 없이 고용부 지침과 감독관 개인의 재량으로 중지범위가 결정되는 상황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크다는 게 경총의 설명이다.
아울러 위 항목에 ‘작업중지 해제’라고 답한 이유에 관해 응답 기업의 76%는 ‘반드시 해제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해서’를 선택했다. 다음으로 ‘해제절차가 너무 복잡해서(47%)’, 재해원인과 관련 없는 부분까지 점검 및 개선조치를 요구해서(47%)’ 순으로 조사됐다.
작업중지 명령 사유에 대해 사업주가 개선조치를 하면 중지 명령을 내린 감독관이 즉시 현장 확인 후 해제를 결정하면 되지만,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 해제는 반드시 심의위원회를 통해서만 결정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때문에 산업계에서는 이러한 제도의 한계점이 작업중지 기간이 불필요하게 지연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응답기업의 절반은 ‘작업중지 해제심의위원회 폐지(53%)’를 꼽았다. 이어 ‘작업중지 해제절차 간소화(52%)’, ‘중지 명령 요건(급박한 위험 등) 구체화(49%)’가 뒤를 이었다.
한편 고용부(담당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작업중지 해제를 신청한 횟수와 관련 ‘2~3회’라고 응답한 기업이 가장 많았다. 아울러 작업중지 총 기간은 기업 당 평균 49.6일(최소 14일, 최대 150일), 손실액(협력사 피해액 포함)은 1억5000만원(50인 미만)에서 1190억원(1000인 이상)으로 조사됐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사고 발생 시 산재위험도와 경영상황을 고려치 않은 일률적인 중지명령으로 인해 사고기업뿐만 아니라 협력관계에 있는 관련 기업들까지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 방향을 발표한 적 있는 만큼, 작업중지가 제도 본래의 취지에 맞게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입법·제도 개선이 적극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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